▲ '어디 가? 같이 가.' 공을 다투고 있는 뎀벨레(왼쪽)와 캉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다른 리그는 이제 숨을 돌리는데 '박싱데이'를 맞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만 열기를 더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선 박싱데이를 제압하는 자가 언제나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선물 상자(box)에서 유래한 박싱데이는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의 공휴일이다. 영국에서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는 박싱데이 기간 스포츠 경기가 활발하게 열린다. 프리미어리그는 짧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낸 뒤 경기를 이어 간다. 박싱데이 때문에 잉글랜드 리그를 가장 치열하고 어려운 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리미어리그 팀이 '고난 주간'인 박싱데이를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보면 순위를 예측할 수 있다. 지난 6시즌 동안 박싱데이 전과 박싱데이 후 모두 1위를 지킨 팀은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엔 26일(한국 시간) 왓포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내년 1월 첫 주까지 3, 4일 간격으로 프리미어리그 18,19, 20라운드가 열린다. 박싱데이를 지나도 프리미어리그 경기와 함께 FA 컵 3라운드, 유럽 클럽 대항전이 이어진다. 리그 컵 4강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헐 시티, 리버풀, 사우스햄튼은 더 많은 경기를 치른다. 숨가쁜 일정을 보내야 한다.

▲ 2013-14시즌 리버풀은 박싱데이에서 1승 2패를 거두고 4위로 추락했다. 첼시전에서 미끄러진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제라드는 시즌을 2위로 마치며 '새드 앤딩'을 맞이했다. ⓒ김종래 디자이너

위기의 순간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박싱데이는 팀의 전력을 폭넓게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다. 

먼저 박싱데이를 잘 보냈는지 보면 선수층을 확인할 수 있다.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할 때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전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야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한 팀은 20명 이상의 선수들로 구성되고 11명의 주전 선수와 7명의 후보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1월까지 쉬지 않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선 18명 이상의 선수가 필요하다.

정신력을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3일 정도 간격으로 계속되는 경기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한 경기에서 패한다면 추스를 시간이 부족하다. 경기를 따로 준비할 시간도 없다. 한 경기를 치르고 회복을 하고 나면 바로 다음 경기가 이어진다. 감독과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팀 분위기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확실한 '리더'가 있는 팀이 유리하다.

감독과 구단의 운영상 노련미를 평가해 볼 수도 있다. 때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박싱데이 동안 체력 문제와 정신적 스트레스, 팀 분위기까지 신경 써야 할 내용이 많다.

프리미어리그, FA 컵, 경우에 따라 리그 컵과 유럽 클럽 대항전까지 모든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프리미어리그는 1위 첼시부터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치열한 선두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둘 모두 놓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촉박한 일정에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순위 경쟁을 지켜보는 팬들의 처지에선 즐겁기만 하다. K리그도 끝나고 유럽의 다른 리그들은 휴식에 들어갔지만 프리미어리그만큼은 한 시즌에서 가장 치열한 시기를 보내기 때문이다. 2016-17 시즌 박싱데이를 제압하고 우승에 다가설 팀은 누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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