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영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열린 A매치 14경기에서 11경기에 출전했다. ⓒ정우영 SNS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이적 첫해 우승을 차지해 정말 기쁘다. 카타르는 선수들의 성향이나 신체적인 면에서 아시아로 보기 어렵다. 유소년 시스템도 갖춰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카메라 앵글에 잘 잡히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나보다 동료들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

정우영(30)이 속한 알 사드가 카타르 스타스 리그(1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정우영은 5일 알 알리와 리그 21라운드서 후반 추가 시간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넣으며 팀의 7-2 승리를 도왔다. 이날 우승을 확정한 알 사드는 6년 만에 카타르 리그 정상에 올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지난해 6월 정우영은 빗셀 고베(일본)에서 카타르 명문 알 사드로 이적했다. 오랜 시간 정우영을 눈여겨본 알 사드는 바이아웃 금액(500만 달러·약 57억 원)을 내고 그를 영입했다.

정우영은 알 사드에서 세계적인 스타 차비 에르난데스, 가비 등과 호흡을 맞췄다. 다음 시즌부터는 '중동 메시' 남태희(28)도 팀에 합류한다. 남태희는 지난 2월 알 사드와 3년 계약을 맺었다. 빠르게 팀에 녹아든 정우영은 이번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국왕컵 정상 등에도 도전한다. 

정우영은 A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대표팀은 기성용과 구자철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중원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정우영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정우영은 벤투 감독 부임 후 14번의 A매치 가운데 11경기에 나섰다.   

정우영은 9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리그 우승 소감과 카타르 축구의 현 수준, 자신의 축구 철학, 대표팀 생활 등에 대한 생각을 나타냈다.    
▲ 정우영은 알 사드 이적 후 첫 시즌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우영 SNS
▲ 정우영은 알 사드에서 차비 에르난데스, 가비와 함께 뛰고 있다. ⓒ정우영 SNS

다음은 정우영과 일문일답.

- 알 사드가 6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우승은 단기간에 이뤄낸 게 아니다. 1년 동안 장기 레이스의 결실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적 첫 해 우승을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선수들 모두 행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ACL과 국왕컵 등 시즌이 남았기 때문에 선수단 모두 집중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 카타르 리그 첫 시즌이다. 한 시즌을 돌아본다면.
카타르는 아시아에 속하지만,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는 문화부터 모든 면이 많이 다르다. 언어와 적응 측면에서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원들이 잘 도와줘 지금은 편하게 지내고 있다.

- 차비 에르난데스, 가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아주 뛰어난 선수인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훈련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프로 정신은 옆에서 보고 배울 점이 참 많다. 특히 차비는 처음 카타르에 온 순간부터 모든 면에서 날 챙겨주고 도와줬다. 타고난 리더다. 그와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 카타르 리그는 한국 팬에게 생소한 측면이 있다. 
직접 겪어보니 카타르는 오래 전부터 유럽의 선진 축구 지도자들을 데려와 아스파이어(Aspire)라는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투자하고 있다.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일본 J리그와 카타르의 유소년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유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깨달았다.

- 지난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은 카타르에 0-1로 패하면서 탈락했다. 일본과 중국 리그도 경험했는데 몸으로 느낀 카타르 축구의 수준은 어떤가.
일본과 중국, 카타르 세 나라의 리그에서 뛰었다. 각 나라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일본은 철저한 시스템이 있다. 조직적이고 섬세하다. 또한 리그에 절대강자가 없다. 

중국과 카타르는 철저하게 투자와 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중국은 천문학적인 투자로 좋은 외국인 선수와 감독들을 데려와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로 리그 자체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리그라 생각한다. 

카타르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서아시아지만 나라의 문화와 생활, 선수들의 성향이나 신체적인 부분은 아시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타고난 신체능력이나 기술적인 측면이 유럽과 아프리카에 더 가깝다. 

각 리그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 카타르는 투자에 비례하는 상위권과 하위권 팀의 차가 많은 편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팀간 수준 차가 적다. 세 나라에서 정말 여러 경험을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K리그에서도 뛰고 싶다. 

- 남태희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남태희와 내년 시즌부터 같은 팀에서 뛰게 되어 너무 설렌다. (남)태희랑은 축구 스타일과 생활면에서 여러 가지로 잘 맞는다. 라이벌 팀일 때도 같은 아파트에 살며 붙어 지냈다. 이제는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어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

- 기성용과 구자철이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대표팀 중원의 변화의 시기다.
대표팀에서 구자철과 기성용 선수의 공백은 크다. 두 선수와 똑같은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현재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백을 메워야 한다. 현재 대표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팀 전체가 함께 메워 나가야 할 공백이다. 

-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보단 팀과 감독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내 플레이 성향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은 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상대 진영에서 계속 공격하고 있을 때 후방에서 일어나는 일, 세세하게 수비 위치를 잡는 점 등 내 위치에서 수비와 공격을 최대한 돕고 있다. 그 점을 감독님께서 높게 봐주시는 것 같다. 내가 가진 포지션의 확고한 철학은 나보다 내 동료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기회를 받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최근 속초와 고성 등 산불 지역에 3000만원을 기부했다.
해외에서 뉴스로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난해 월드컵부터 대표팀 생활, 개인적으로 팬들에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국가대표로서 어려울 때 좋은 일에 동참해 국민들께 받은 모든 것을 어떤 형태로든 보답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 

- 국내 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국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선수들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경기 모든 힘을 다해 뛰고 있다. 현장에 많이 오셔서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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