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FC에 2012년 입단한 황순민, 3개 대회를 병행하는 올해가 정말 좋다며 웃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축구전용경기장 DGB대구은행파크를 앞세워 K리그1, FA컵,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3개 대회에서 순항하고 있는 대구FC는 외국인선수 세징야(30), 에드가(32)와 함께 김대원(22), 정승원(22), 홍정운(25) 등 젊은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돌풍의 이면에는 꼭 '소리 없는 영웅(언성히어로, Unsung Hero)'이 있게 마련이다. 황순민(29)이 그렇다. 2012년 대구 입단 후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뛴 멀티플레이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측면 수비수, 중앙 수비수, 측면 공격수를 두루 오가며 뛰고 있다. 전북 현대의 최철순(32), FC서울의 고요한(31)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골키퍼 조현우(28)보다 대구 경력이 1년 더 많은 황순민은 K리그2(2부리그) 강등과 K리그1 승격, FA컵 우승, ACL 출전 등 고난과 환희를 충분히 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대구에서 그야말로 기둥 역할을 하는 황순민이다.

8일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DGB대구은행파크의 ACL 명칭)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ACL 조별리그 5차전을 4-0 승리로 이끈 뒤 만난 황순민은 "팀에 오래 있었으니 분위기를 잘 안다. 그동안에도 분위기는 좋긴 좋았는데 지금이 최고 좋은 것 같다. 서로를 믿는 것이 생겼다. 작년에 (FA컵을) 우승하고 믿음이 많이 생겼다. 자신감도 올라왔고 팀이 완성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황순민은 2013년 대구의 K리그2 강등을 경험했다. 2015년 K리그1 승격 후 입대해 상주 상무에서 2년을 보내고 2017년 전역해 돌아왔다. K리그1 잔류를 확인했고 지난해 FA컵 우승에 기여했다. 롤러코스터 축구 인생이라 표현하기에 딱 맞다.

그는 "대구에 있으면서 FA컵 우승, ACL 경험을 할 줄 몰랐다. 나가서 잘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멜버른 원정을 이기면서 자신감을 다졌다. 리그랑 병행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죠", 팀 정신을 강조하는 황순민

대구는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세징야의 부상을 김진혁이 메웠지만 입대해 상주로 떠났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공백이 커 보인다. 다양한 역할은 기본이다. 조광래 대표이사와 안드레 감독의 전략이다. 입대한 김진혁이 수비수이면서 공격수로 나서 4골을 넣으며 재미를 봤던 것이 대표적이다.

황순민도 알고 있다. 그는 "팀에 선수가 적다 보니 공백이 생기고 누군가는 메워야 한다. 어느 포지션이든 뛰어야 한다. 팀이 잘 돼야 나도 잘된다. 팀을 위해 최선 다하는 것이 맞다"며 팀 정신을 강조했다.

팀 창단 후 첫 ACL 출전이라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홈에서 3-1로 이기는 등 예상을 빗나간 경기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자신감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경기가 많은 적이 (프로 입문 후) 처음이라 초반에 당황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했고 노하우도 생겼다. 관리를 잘하고 있다"며 극복 가능함을 강조했다. 또, "대구는 특정 선수에 의지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잠재력이 있다. 그래서 강하다. 리그 초반에 전북, 울산 현대 등 강호들을 상대했다. ACL이라고 다를 것은 없는 것 같다. 자신감도 최고로 올라왔고 큰 어려움도 없다"며 팀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퍼져 있음을 강조했다.

광저우와 ACL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2위로 16강에 오른다. 기업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던 성남FC가 2015년 ACL 16강에 간 역사가 있다. 그러나 순수 시민구단으로는 대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 광적인 광저우 원정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조언을 많이 들은 황순민이다. 그는 "다른 팀의 선배들에게 들었는데 광저우 원정에 가면 응원을 정말 많이 한다더라. '짜요(힘내라)'를 같이 하면 땅이 흔들릴 정도라더라. 위축되지 않고 우리 것만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우리 경기를 하겠다"며 강력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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