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 경합을 하고 있는 바이런 멀린스와 보리스 사보비치(왼쪽부터). 두 선수 모두 자진해서 한국을 떠났다 ⓒ KBL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김동현 영상기자] 지난 27일 열린 부산 KT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경기. 이날 KT는 1쿼터부터 4쿼터 끝까지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경기를 치렀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유는 코로나19(우한폐렴)의 빠른 확산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죠. 급격히 번지는 코로나19로 인해 KT 외국인 선수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지난 26일 KT의 알렌 더햄이 구단에 자진 퇴출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느낀 그는 남은 연봉까지 포기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는데요. 다음 날 SK전을 앞두고는 바이런 멀린스 마저 팀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더햄은 자진 퇴출의 뜻이 워낙 확고했습니다. 멀린스는 처음엔 괜찮았지만, 27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미국 대사관의 연락을 받은 후 심경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KT 서동철 감독이 면담을 통해 설득했지만 떠나겠다는 멀린스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KT 관계자는 "다른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고 있지만, 아무도 안 온다고 하면 국내 선수로만 시즌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단 KT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 역시 지난 27일 자진해서 팀을 떠났습니다. 아내의 출산을 이유로 들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가 주된 배경으로 일컬어집니다. 이로써 KBL에서 자진 퇴출을 결정한 외국인 선수는 총 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현재 프로농구는 물론 다른 스포츠 종목의 외국인 선수들도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인 SK의 애런 헤인즈도 27일 KT전을 마치고 불안감을 내비쳤는데요.

헤인즈는 최근 불거진 외국인 선수 이탈에 대해 "그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한다. 충분히 애해할 수 있다. KBL 내부 확진자가 나온다면 나도 생각을 해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KBL과 각 구단들도 외국인 선수 이탈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구단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이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일각에선 추가로 한국을 떠날 외국인 선수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KBL은 "아직까지 추가로 자진 퇴출 얘기가 나오는 외국인 선수는 없다"며 외국인 선수 이탈이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각 구단들도 시즌 종료 때까지 외국인 선수를 잔류시키기 위한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를 충분히 설득했다. 시즌 끝까지 남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하지만 KBL내 확진자가 나오거나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면 외국인 선수들의 마음도 바뀔 수 있다"라며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 부산 KT는 외국인선수 2명이 모두 자진 퇴출했다. KT 관계자는 "지금 상황상 다른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김동현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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