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격투기 입문 8년 만에 UFC 헤비급 정상에 선 프란시스 은가누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프란시스 은가누(34)는 카메룬 바티에에서 자랐다. 가난했다. 학교도 잘 못 다녔다. 12살 어린 나이에 채석장에서 책 대신 곡괭이를 쥐었다.

'검은 손길'이 넘실댔다. 동네 건달들은 틈만 나면 은가누를 유혹했다.

건달 손을 뿌리치고 잡은 건 글러브였다. 22살부터 시작한 복싱. 롤모델은 마이크 타이슨(54, 미국)이었다. 타이슨처럼 챔피언이 되면 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6살에 프랑스 파리로 갔다. 복싱을 배우려 했는데 돈이 없었다. 당장 누워 잘 곳도 없었다. 청운의 꿈을 품고 건너간 유럽에서 청년 노숙자가 됐다.

솟아날 구멍은 사각링에 있지 않았다. 오픈핑거글로브를 끼는 팔각링에 있었다.

2013년 8월 MMA 팩토리 코치진이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은가누는 이곳에서 운명처럼 종합격투기를 만났다.

복싱에서 MMA로 눈을 돌린 지 석 달 만에 프로 데뷔했다. 그리고 종목은 다르지만, 자신의 롤모델처럼 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딱 7년 5개월 걸렸다.

은가누는 2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린 UFC 260 메인이벤트에서 스티페 미오치치(38, 미국)를 실신 KO로 눌렀다. 2라운드 52초에 KO 승리를 거둬 UFC 헤비급 새 챔피언이 됐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우선 2018년 1월 미오치치에게 당한 판정패 아픔을 설욕했다.

은가누는 이때 고개를 떨군 뒤 권토중래했다. 커티스 블레이즈, 주니어 도스 산토스, 케인 벨라스케즈, 자이르지뉴 로젠스트루이크 등 헤비급 강자를 연이어 눕혔다.

4연승으로 커리어 두 번째 타이틀전 티켓을 움켜쥐었다. 은가누는 3년 만에 찾아온 '세컨드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2013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하고 2015년 옥타곤에 입성한 뒤 6년 만에 70억분의 1로 올라섰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은가누는 "헤비급 역대 최고는 여전히 미오치치다. 그 사실은 변함없다"면서 "파이터로서 미오치치를 존경한다. 오늘(28일) 우린 비즈니스를 한 것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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