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더슨 실바는 자신에게 정강이 골절 부상을 안긴 바 있는 크리스 와이드먼이 똑같은 부상을 당하자 한마디 말을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으악!" 앤더슨 실바(46, 브라질)는 극심한 고통에 울부짖었다.

실바가 강하게 찬 로킥이 크리스 와이드먼(36, 미국)이 방어하려고 세운 무릎에 딱 걸렸다. 순간 왼쪽 정강이가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로킥 방어법 중 하나인 '체킹 킥(Checking a kick)'이었다. 무에타이에선 '욕카방'이라고 부른다. 다리 각도를 틀어 단단한 무릎뼈로 로킥을 막으면, 공격자가 되려 대미지를 입는다.

정강이가 부러지는 사고는 격투기 경기 중 킥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아주 가끔 나오는데, 불운하게도 실바가 이 사고의 피해자가 됐다.

2013년 12월 29일(이하 한국 시간) UFC 168 메인이벤트는 UFC 역사상 가장 잔인한 장면을 낳은 경기로 남아 있다.

▲ 크리스 와이드먼은 정강이 골절 부상 후 고통에 신음했다.

7년 5개월이 지났다. 옥타곤 위에서 똑같은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운명의 장난처럼 로킥을 차다가 정강이가 부러진 이번 부상자는, 다름 아닌 와이드먼이었다.

지난 25일 UFC 261에서 와이드먼이 찬 로킥이 유라이아 홀의 킥 체크에 제대로 걸렸고, 마찬가지로 정강이가 뚝 부러졌다. 와이드먼도 실바처럼 고통에 신음했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의 정강이에는 정강뼈와 종아리뼈가 있다. 실바와 와이드먼 모두 두 뼈가 복합 골절된 경우로, 뼈가 붙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빠진 근육을 붙이고 제대로 훈련을 재개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

실바는 1년 만에 옥타곤에 돌아오긴 했다. 그러나 치료 기간을 단축하려고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쓴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샀다.

와이드먼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UFC에 복귀하려면 족히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크리스 와이드먼의 수술 전(왼쪽)과 후(가운데, 오른쪽) 사진.

동병상련이었다. 와이드먼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실바였다. 부상 소식을 접한 실바는 후배 파이터에게 따뜻한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믿음을 가지길. 나 역시 와이드먼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위대한 전사의 이 순간을 팬들이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신께서 와이드먼과 그의 가족을 보살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실바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몇몇 UFC 팬들은 이 사고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UFC 168에서 실바가 부러진 다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와이드먼은 양팔을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며 당시 장면을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비난했다. 인과응보라는 것이었다.

와이드먼은 이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실바 골절상 후 내가 승리를 자축했다는 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옥타곤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실바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가갔다. 상황을 알았을 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크리스 와이드먼은 앤더슨 실바 2차전에서 실바의 부상을 알게 된 후 바로 실바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가갔다고 해명했다.

실바는 와이드먼에게 연패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7경기 1승 5패 1무효 전적으로 추락했고, 약물검사에 두 번이나 걸렸다. 지난해 11월 UFC와 계약이 해지됐다.

와이드먼은 2015년부터 분위기가 안 좋았다. 8경기 2승 6패.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부상을 딛고 돌아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와이드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꽤 잔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고난을 버티고 전진하겠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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