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너 맥그리거는 그레거 길레스피가 UFC 최고의 낚시꾼이 아니라면서 고기 두 마리를 든 합성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 그레거 길레스피는 훈련 외에는 낚시터에서 사는 뼛속까지 낚시꾼이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뜻의 '더 기프트(The Gift)'가 링네임인 UFC 라이트급 파이터 그레거 길레스피(34, 미국)에게 또 다른 수식어가 있다.

'피셔맨(The Fisherman)', 즉 낚시꾼이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훈련 외 시간은 낚시터에서 사는, 뼛속까지 낚시꾼이기 때문이다. 길레스피 자신도 "난 UFC 최고의 도시어부"라고 한다.

길레스피가 옥타곤에서 대어를 낚았다. 9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온 ESPN 24에서 카를로스 디에고 페레이라(36, 브라질)를 2라운드 4분 51초 파운딩 TKO(레퍼리 스톱)로 이겼다.

13연승을 달리다가 2019년 11월 케빈 리의 하이킥을 맞고 첫 번째 패배를 기록한 뒤 갖는 복귀전 승리여서 의미가 컸다.

승리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린 길레스피는 "리에게 패배하고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턱이 부러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쳤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내가 은퇴했다고 놀렸다. 가슴 아팠다. 사람들 눈을 신경 쓰지 않는 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넌더리가 났다. 지난 3월 브래드 리델의 경기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을 땐 이성을 잃었다. 10~12주를 준비하다가 6주를 더 훈련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낚시꾼이 갖춰야 할 것은 인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입질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길레스피는 '때'를 기다렸고 2년 4개월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 그레거 길레스피는 2019년 11월 케빈 리에게 지고 갖는 복귀전에서 디에고 페레이라를 잡았다.

페레이라와 경기 중에서도 인내심이 빛을 발했다. 1라운드 높은 페이스의 그래플링 싸움을 걸어 녹초가 됐지만, 2라운드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체력전에서 먼저 지친 건 페레이라였다.

"페이스를 높였다. 기자 여러분들이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난 미끼를 던졌다고 표현하겠다. 그를 이런 빠른 페이스로 끌어들였다. 내가 싸우는 방식이다."

"1라운드 막판엔 페레이라가 나를 위협했다. 나 역시 진이 빠졌다. 그렇지만 난 지친 상태에서도 괜찮다. 쭉 갈 수 있다. 1라운드 끝나고 코치들에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3라운드 끝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준비돼 있었다. 2라운드도 같은 페이스로 운영했다. 그러자 페레이라가 포기했다."

승리 말고도 또 다른 월척이 있었다.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였다.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는 UFC 한 이벤트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합작한 승자와 패자에게 5만 달러(약 5,500만 원)씩 주는 보너스다.

그런데 페레이라는 경기 전날 160.5파운드로 라이트급 계체를 실패하면서 보너스 수상 자격을 잃었다. 길레스피가 페레이라의 몫까지 차지하게 돼 총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챙겼다.

2018년 9월 UFC 파이트 나이트 136에서 페트르 얀과 경기한 손진수도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받았지만, 전날 계체 실패로 5만 달러를 승자 얀에게 넘겨준 바 있다. 2014년 9월 UFC 파이트 나이트 52에서 강경호는 약물검사 양성반응을 보인 다나카 미치노리의 5만 달러까지, 총 10만 달러를 받았다.

▲ 코너 맥그리거는 자신이 낚시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길레스피는 승리와 보너스에다가 또 다른 월척을 낚으려고 한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참다랑어급' 코너 맥그리거(32, 아일랜드)를 향해 낚싯바늘을 던졌다.

맥그리거가 길레스피의 경기 후 트위터로 "길레스피는 종합격투기 최고의 낚시꾼이 절대 아니야"라고 시비를 걸자, 기자회견에서 "우선 누가 최고의 낚시꾼인지 낚시 대결을 펼치자. 내가 이기면 그다음은 옥타곤에서 붙자. 어때?"라고 응답했다.

미끼를 물고 미끼를 던진 격. 역시 UFC 최고의 도시어부였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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