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이충훈 영상기자] 코디 가브란트(29, 미국)는 '헐크'가 돼야 했다.
경기 중 흥분해 승부를 그르치는 일이 잦았던 가브란트, 하지만 이번엔 억지로라도 분노를 끄집어내야 했다. 롭 폰트(33, 미국)와 타격전에서 크게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4라운드까지 37-39, 36-40, 36-40으로 점수에서 뒤졌다. 5라운드 폰트에게 싸움을 걸어 피니시로 경기를 끝내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그런데 <분노 모드 스위치>를 누를 수 없었다. 아니, 누를 기회를 찾지 못했다. 뭔가를 해 보려고 할 때마다 폰트의 예리한 잽이 날아와 얼굴에 꽂혔다.
폰트는 팀 동료인 라이트급 캘빈 케이터와 함께 잽을 잘 쓰기로 유명한 타격가다. 지난해 12월 말론 모라에스를 KO로 잡을 때도 잽과 연계 콤비네이션이 빛을 발했다.
이번에도 가브란트의 거리에 들어가지 않고 잽을 앞세워 싸웠다. 가브란트가 그로기에 흔들려도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카운터펀치를 경계하며 유효타를 차곡차곡 쌓아 갔다.
결국 지난 23일 UFC 파이트 나이트 188 메인이벤트로 펼쳐진 밴텀급 경기에서 폰트의 손이 올라갔다. 3-0 판정승을 거둬 UFC 4연승을 달렸다.
가브란트는 지난해 6월 하파엘 아순사오를 그림 같은 펀치로 쓰러뜨리고 3연패 수렁에서 탈출했으나 연승을 이어 가지 못했다. 폰트의 잽 가랑비에 옷이 젖고 말았다.
잽은 앞손으로 때리는 가장 빠르고 간결한 공격 방법이다. 가벼운 공격이긴 하지만, 폰트처럼 앞다리를 쭉 내밀고 구르면서 찌르면 스트레이트처럼 힘을 실을 수 있다.
'아이언 터틀' 박준용(30, 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이 지난 9일 타폰 은추크위를 무너뜨린 기술도 잽이었다. 빠르고 날카로운 잽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테이크다운을 섞어 은추크위를 흔들었다.
박준용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왼손을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외쳤다. 종합격투기에서 왼손은 그저 거들기만 하는 옵션이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이충훈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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