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너 맥그리거에게서 살기가 사라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2019년 9월 UFC 파이트 나이트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자신이 제레미 스티븐스의 눈을 찌르는 아이 포크(eye poke) 사고를 일으켜 무효 경기(노 콘테스트)를 만들어 놓고 외려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해설자 마이클 비스핑(42, 영국)에게 불똥이 튀었다. 비스핑이 옥타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야이르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야이르가 이를 뿌리치며 격하게 짜증냈다. 괜한 비스핑에게 화를 내는 꼴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나운 맹수처럼 누구에게나 달려들던 2006년 TUF 시즌 3 참가자 비스핑이었다면, 야이르의 얼굴에 바로 주먹을 꽂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장을 입고 방송인이 된 '불혹' 비스핑은 예전의 혈기왕성한 비스핑이 아니었다. 흥분하지 않고 야이르를 차분히 달래기 시작했다.

가난했던 비스핑은 2006년 꿈의 무대 UFC에 진출했다. 댄 헨더슨·데니스 강·반데레이 실바·추성훈·차엘 소넨·비토 벨포트·쿵 리·루크 락홀드·앤더슨 실바 등 레전드 파이터와 싸우며 성장했고 2016년 UFC 199에서 꿈에 그리던 미들급 챔피언이 됐다.

2017년 은퇴해선 UFC 해설 위원이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세 아이의 아빠로,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트래시 토크를 하거나 몸싸움을 벌이려고 하지 않는다. 현역일 때 쿠바 국기를 찢어, 쿠바 이주민 2세인 호르헤 마스비달과 사이가 안 좋았지만 해설 위원이 되고 나선 묵은 감정을 풀었다. 앙숙이었던 락홀드와도 반갑게 인사하며 농담을 주고받는 영상을 최근 SNS에 올리기도 했다.

▲ 2006년 UFC에 진출한 마이클 비스핑은 살기 등등했다. 지금 비스핑은 예전처럼 아무에게나 시비를 붙이지 않는다. 과거의 비스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스핑은 코너 맥그리거(32, 아일랜드)의 성장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맥그리거처럼 가난한 청년에서 성공한 프로 파이터가 되는 과정을 밟아 왔다. 그래서 맥그리거가 헝그리 정신을 갖고 살기(殺氣)를 뿜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비스핑은 지난달 27일 토크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과거의 맥그리거는 과거의 나와 비슷하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난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그러나 예전엔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이었다. 맥그리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맥그리거는 올해 포브스 선정 '연간 소득 1위 스포츠 스타'에 올랐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르브론 제임스 등을 제쳤다. 비스핑이 보는 가장 큰 변화가 그것이었다.

"맥그리거는 돈을 많이 벌었다. 1억 달러짜리 요트를 띄우고 100만 달러짜리 시계를 찬다. 기사가 운전하는 롤스로이스를 탄다. 에반더 홀리필드가 말했지. 비단 이불에서 자면 아침 6시에 일어나 러닝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파이터들은 배고프다. 출세를 꿈꾼다. 아마도 파이터들 대부분 비슷한 부류일 것이다. 싸우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그리고 돈을 벌어서 삶을 바꾸고자 한다. 맥그리거는 이미 큰돈을 벌었고 다시 무일푼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비스핑은 예전 맥그리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최고의 파이터 맥그리거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옥타곤에 올라 멋진 경기를 펼치고 승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고 밝힌 비스핑은 오는 7월 11일 UFC 264에서 펼칠 더스틴 포이리에(32, 미국)와 3차전을 주목했다.

"맥그리거에게 심리적으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최근 경기에서 처음 KO로 졌으니까. 나 역시 KO된 적이 있다. 다음 경기를 앞두고 마음속 악마들을 이겨야 했다. 맥그리거는 자신을 쓰러뜨린 파이터와 바로 붙는다. 굉장한 용기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더스틴 포이리에와 코너 맥그리거는 오는 7월 11일 UFC 264에서 운명의 3차전을 펼친다.

비스핑은 해설 위원으로서 미래의 UFC 라이트급 타이틀 전선을 그렸다. 승자가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이리에와 맥그리거 중 누가 이기더라도 타이틀전으로 갈 것이다. 둘 다 경력이 화려하다. 포이리에는 잠정 챔피언이었고, 맥그리거는 챔피언이었다. 1차전은 맥그리거가 1라운드 KO로 이겼고, 2차전은 포이리에가 2라운드 KO로 이겼다. 3차전 승자는 누굴지 아무도 모른다"며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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