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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김환희가 딸이라니 현타가…다음엔 허당 연기 하고파"[인터뷰S]

네이버구독_201006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21년 06월 06일 일요일

▲ 배우 이영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드라마를 보다 배우 이영진(40)을 발견하곤 적잖이 놀랐다. 눈썹조차 그리지 않은 파리한 맨얼굴에 치렁치렁한 머리를 그대로 늘어뜨린 그녀는 기운이며 생기라곤 없어, 마치 흑백의 캐릭터처럼 보였다.

1999년 '여고괴담'으로 데뷔한 이래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압도적인 분위기를 과시하며 사랑받아 온 그녀는 최근 종영한 MBC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극본 류솔아, 극본 심소연)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알코올 의존증 어머니였다. 미혼에 술도 한모금 못하는 그녀가 짧은 드라마에서도 저렇게 지독하게 캐릭터에 몰입했다 싶어 기가 질렸다. "그렇게까지 보였냐"며 미소지은 이영진은 푸념하듯 너스레를 떨었다.

"활동하면서 수식어가 미녀배우라든지 했다면, '내 화장품 광고가 날아가려나' 할 수 있는데 그런 건 아니니까.(웃음) 대분부터 삶의 의지가 있는 신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메이크업 자체가 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의 행위잖아요.

노메이크업을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어느 선까지 해야하나 고민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미팅떄 본 맨얼굴이 좋다고 하셔서 고민이 없었죠. 건조함을 넘어서 푸석푸석하고 빛이 없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눈빛도 가급적 초점이 없도록. 다크서클을 그리긴 했죠. 퀭하게, 술에 찌든 느낌으로."

어디 비주얼뿐일까. '목표가 생겼다' 속 이영진이 맡은 어머니 유미는 여러 모로 문제적 인물이었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생의 끈을 놓아버리다시피 한 그녀는 딸을 보육원에 버렸다 제 맘대로 찾아와서도 따뜻한 애정 한 번 제대로 준 적이 없었다. 그 딸이 고교생이 되도록 알코올에 기대 살며 딸이 가출해서야 뒤늦게 인생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그녀에겐 모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종 절대적 가치처럼 그려지는 모성애가 그녀에겐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 받은 대본에는 진득한 모성애가 있었어요. 응당 엄마라면 가지고 있을 무한대의 사랑과 희생이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과 딸한테 하는 행동이 부딪치더라고요. 그랬다면 딸에게 이런 모습 안 보였을 텐데. 오히려 혼란스러웠어요. 감독님과 그런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하셨고. 한 달 가까이가 지나 저는 다른 사람이 캐스팅됐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수정된 대본을 보내주신 거예요. 오히려 놀랐죠. 이전엔 전형적인 엄마라 제가 감히 할 수 없겠다 했다면, 이번엔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할 만큼."

▲ 이영진. 출처|MBC '목표가 생겼다' 방송화면 캡처
'목표가 생겼다'는 꽤 도발적 결론을 낸다. 유미의 딸 소현은 결국 엄마와 화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를 보듬은 타인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혈육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가족과 진정한 독립을 이뤄낸다는 점은 이영진 역시 마음에 와 닿은 대목이다.

"엄마가 변명하려고 하거든요. 니가 그 시기의 나였으면… 할 때 '모두가 엄마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아'라고 하죠. 어설픈 화해보다 현실적이고 담백했어요. 저도 동의하면서 진행했어요."

'곡성'의 효진이로 잘 알려진 김환희와는 모녀로 처음 만났다. 이영진은 "다 큰 딸이 있는 설정인데 환희씨라기에 '그렇게 큰 딸은 아니네' 했는데 직접 보니 어린 시절 얼굴이 그대로 있는데 성숙해 보이기도 하더라"며 "나만 나이를 먹었나, '현타'가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촬영 현장에선 듬직하고 책임감도 강한 김환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다고.

"저도 10대 때 데뷔를 했잖아요. 나는 그 나이대 저렇게 어른스럽고 컨트롤 잘하는 배우가 아니었는데 대단하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회식이며 모임도 못하잖아요. 만나기만 하면 갈등이라 다정한 순간이 없었어요. 첫 촬영부터 노려보는데, 엄청나게 노려보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런 게 교감인 것 같다. 여유가 없으니까 현장에서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 했고 환희 배우도 그랬던 것 같아요. 오히려 호흡이 잘 맞았어요."

▲ 배우 이영진 ⓒ곽혜미 기자
한껏 피폐한 캐릭터를 하고 났더니, 이영진은 다음번엔 '칠렐레 팔렐레' 허당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블랙 코미디도 물론 오케이다. 데뷔 이후 한동안 공포영화에 연달아 출연하기도 했고, 미투운동을 비롯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발언해 온 용기있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상은 순하고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허당'이라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제가 경험한 현장을 이야기한 것인데 엄청난 신념을 갖고 용기를 낸 것처럼 응원을 해주셨죠. 그렇다고 제가 투사는 아닌데. 따져보면 개인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것에 문제제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왜 해'라고 하지 않고 힘을 준, 주변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견뎌낼 수 있었죠."

TV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던 올해 11살 반려견 크림이는 그녀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 중 하나다. 봐주신 어머니가 너무 잘 먹여주신 통에 살이 쪄서 걱정이란다. 2년 전 예능 프로그램 '오래봐도 예쁘다'에 출연할 당시 인연을 맺었던 이연복 셰프와는 비록 크림이를 데려가진 못하더라도 식당을 찾을 만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영진은 "로맨티스트에 정말 멋진 어른이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영진은 이제 크림이를 데리고 미리 고흥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며 오랜만의 여행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꿈은 소박했다. 이영진은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며 "소소하게 별 탈 없이, 무사하게 건강하게 지내면서 '목표가 생겼다'처럼 좋은 작품에서 크기와 상관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 배우 이영진 ⓒ곽혜미 기자
▲ 배우 이영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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