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1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페더럴 시어터(Arizona Federal Theater)에 마련된 UFC 263 기자회견장.

오는 13일 UFC 263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1, 나이지리아)와 도전자 마빈 베토리(27, 이탈리아)는 F로 시작하는 욕을 섞어 가며 정신없이 말싸움하고 있었다.

아데산야 "네가 이긴 파이터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잭 허맨슨뿐이다."

베토리 "넌 요엘 로메로에게 졌고, 내게 졌고, 얀 블라코비치에게 졌다. 누굴 이겼냐? 파울로 코스타는 경기 전날 취해 있었어. 도대체 누굴 이긴 거야?"

아데산야 "네가 이긴 상대 중 톱10 파이터 이름 3명만 대봐. 넌 아무도 이긴 적 없어."

그런데 이 구역의 신 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기자회견을 구경 온 많은 애리조나 팬들이 바라본 곳은 사고뭉치 네이트 디아즈(36, 미국)가 있던 테이블 끝자리였다.

디아즈 근처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이 한창인데 디아즈는 흡연실에 앉아 있는 끽연자처럼 연초(煙草)를 뻐끔뻐끔 피우는 중이었다.

더 심각한 건 디아즈가 피우는 연초가 일반 담배도 아니고 CBD(칸나비디올, Cannabidiol)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CBD는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약물검사 금지 약물 성분이 아니어서 징계 대상이 아니다. 디아즈는 과거 기자회견에서 CBD 전자담배를, 공개 훈련장에서 CBD를 피운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대 놓고 마리화나(대마초)였다. 마리화나는 우리나라에서 향정신성 약물로 분류된다. 흡연 시 처벌 받는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주(州)에서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마리화나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1년 7개월 만에 펼치는 디아즈의 UFC 복귀전은 이대로 날아가는 것일까?

디아즈는 또라이처럼 보여도 바보는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디아즈는 이번만큼은 처벌 받지 않는다.

올해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마리화나를 경기 기간(in competition) 중 금지 약물 성분에서 제외했다. 미국반도핑기구의 규정을 따르는 UFC도 파이터들에게 이를 금지할 명분이 없어졌다.

물론 미국반도핑기구보다 상위 결정권자인 각 주의 체육위원회가 미국반도핑기구의 개정된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파이터들은 경기 기간 중 마리화나를 흡연할 수 없다. 아직 여러 주체육위원회가 마리화나를 금지한다.

하지만 애리조나주체육위원회는 UFC 263을 앞두고 미국반도핑기구의 개정된 금지 약물 규정을 인정하기로 했다. 즉 UFC 263 출전 파이터들은 경기 전후로 걱정 없이 마리화나를 피워도 된다는 의미다.

디아즈는 모든 걸 알고 마음껏 연기를 내뿜었던 것. 게다가 디아즈가 피운 마리화나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 '킬_4209(Kill_4209)'라는 제품이었다.

머리 좋은 디아즈는 사업가 수완을 발휘했다. 자신의 브랜드 홍보를 위해 기자회견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너 맥그리거가 기자회견에서 위스키 '프로퍼 트웰브'를 마신 것과 같다.

디아즈는 오는 13일 UFC 263에서 리온 에드워즈와 웰터급 5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그는 "내 모든 경기는 상남자 싸움이 될 것"이라며 혈전을 예고했다. 애리조나 팬들은 마리화나를 물고 명승부를 약속하는 디아즈에게 환호했다.

UFC 263은 오는 13일 일요일 아침 7시 15분부터 스포티비 나우와 스포티비 온에서 생중계된다. 데이베손 피게레도와 브랜드 모레노의 플라이급 타이틀전, 데미안 마이아와 벨랄 무하마드의 웰터급 경기 등 흥미로운 매치업이 가득하다.

■ UFC 263 대진표

-메인카드
[미들급 타이틀전] 이스라엘 아데산야 vs 마빈 베토리
[플라이급 타이틀전] 데이베손 피게레도 vs 브랜든 모레노
[웰터급] 리온 에드워즈 vs 네이트 디아즈
[웰터급] 데미안 마이아 vs 벨랄 무하마드
[라이트헤비급] 폴 크레이그 vs 자마할 힐

-언더카드
[라이트급] 드류 도버 vs 브래드 리델
[라이트헤비급] 에릭 앤더스 vs 대런 스튜어트
[여성 플라이급] 로렌 머피 vs 조앤 칼더우드
[페더급] 모브사르 에블로예프 vs 하킴 다우두
[여성 밴텀급] 패니 키안자드 vs 알렉시스 데이비스
[페더급] 채스 후퍼 vs 스티븐 피터슨
[라이트급] 파레스 지암 vs 루이기 벤드라미니
[헤비급] 카를로스 펠리페 vs 제이크 콜리어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제보> lkd@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