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1988년생 코너 맥그리거(32, 아일랜드)가 만으로 8살일 때,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1977년생 알렉세이 올레이닉(43, 우크라이나)은 종합격투기 프로 파이터로 데뷔했다.
정확히는 1996년 11월 10일 우크라이나 하리키프에서 열린 '미나모토 컵: 우크라이나 오픈 NHB(No Holds Barred) 챔피언십'에서였다.
원데이 8강 토너먼트로 치러진 이날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올레이닉은 놀랍게도 여전히 현역이다. 프로 26년차로 전적은 무려 75전 59승 1무 15패나 된다. 46번 서브미션 승리가 있을 정도로 조르기·꺾기 스페셜리스트다. 그래서 별명도 '보아뱀(The Boa Constrictor)'이다.
오는 20일 정찬성이 출전하는 'UFC 온 ESPN 25'에서 세르게이 스피박(26, 몰도바)과 헤비급으로 맞붙는 올레이닉은 1990·2000·2010년대를 거쳐 2020년대까지 활동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연스럽게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했다.
"이 세계에 정말 오래 있었다. 매년 종합격투기가 바뀌고 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중이다. 내가 파이터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트래시 토크라는 게 없었다. 악플러들도 없었고 SNS도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호이스 그레이시, 마크 콜먼, 댄 세번, 올렉 탁타로프 같은 1세대 파이터들은 강하고 야수 같았다. 아예 말을 안 했다. 닥치는 대로 상대를 때려 눕히고, 닥치는 대로 모든 걸 박살 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가 너무 많다. 영상, 사진, 트래시 토크, 광적인 팬들 말이다"며 웃었다.
티토 오티즈나 켄 샴락 등 신경전을 펼친 파이터들이 있었다. TUF로 싸움에 스토리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맥그리거였다. 올레이닉이 데뷔한 지 12년 후, 초등학교 3학년이던 맥그리거가 성장해 본격적인 '트래시 토킹 시대'를 열었다.
트래시 토킹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PPV를 더 파는 도구였다. 파이터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말솜씨를 키우는 것도 필요했다. 너도나도 떠들기 시작했다.
올레이닉은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 요즘 후배들처럼 입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생각은 아예 없다. 사실 그런 재주도 없다. 순수하게 아름다운 경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진짜 남자들, 야수 같은 남자들이 말하지 않고 싸웠던 때가 내 시대 같다. 난 아름다운 경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아주 원초적인 싸움을 하고 싶다. 떠드는 건 필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싹 바뀌어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꼰대'는 아니었다.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내 스타일을 지킬 순 있다"며 웃었다.
2연패 올레이닉이 만나는 젊은 스피박은 2연승 중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고향 후배다. 18년 대선배로서 1세대의 싸움이 무엇인지를 보여 줄 준비를 마쳤다.
UFC 온 ESPN 25는 오는 20일 오전 8시부터 스포티비 온과 스포티비 나우에서 생중계된다. 정찬성은 댄 이게와, 최승우는 줄리안 에로사와 맞붙는다.
■ UFC 온 ESPN 25 메인 카드
[페더급] 정찬성 vs 댄 이게
[헤비급] 알렉세이 올레이닉 vs 세르게이 스피박
[밴텀급] 말론 베라 vs 데이비 그랜트
[페더급] 줄리안 에로사 vs 최승우
[미들급] 웰링턴 투르만 vs 브루노 실바
[웰터급] 맷 브라운 vs 디에고 리마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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