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이성필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점찍었던 전 축구선수 여효진(38). 그의 안타까운 암 투병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축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02년. 고려대 재학 중이던 수비수 여효진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188cm의 뛰어난 신체 조건과 꽃미남 외모로 주목받았고, 무엇보다 청소년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실력도 출중했다. 모두가 그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수비수로 평가했다.
히딩크 감독도 여효진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그는 정조국(현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 등 4명의 유망주들과 함께 훈련파트너로 발탁돼 2002한일월드컵을 함께했다. 비록, 4강 신화의 주역은 아니었지만, 조연으로서 묵묵히 선배들의 뒤를 도왔다.
당시, 여효진은 히딩크 감독에게 ‘루키’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월드컵 이후에는 히딩크 감독을 따라,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으로 이적할 유력 후보로 평가되기도 했다. 여효진은 지난 2012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님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라고 뜨거웠던 2002년을 추억했다.
이후 여효진은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정조국, 김진규(현 FC서울 코치), 오범석(포항 스틸러스), 김영광(성남FC) 등과 함께 주전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16강행을 이끌었다. 이듬해에는 올림픽대표팀까지 발탁돼 꿈을 키웠다.
하지만, 부상이 문제였다. 올림픽대표팀 연습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고, 대표팀에서도 하차했다. 그 때의 부상은 2년에 한 번씩 여효진을 괴롭혔다. 2006년 FC서울에 입단한 후에도 반복된 부상. 불운을 떨치려 일찍이 입대를 선택했지만, 광주 상무에서도 큰 부상을 당했다.
여효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2010년 도치기SC(일본) 임대 이적을 통해 부활을 알렸고, 부산 아이파크, 고양 Hi FC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을 끝으로 그의 모습을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은퇴 후 여효진은 조금씩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의 소식이 전해진 건 6년이 지난 현재, 안타깝게도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한 관계자는 16일 ‘스포티비뉴스’를 통해 “여효진이 현재 암 투병 중이다. 항암 치료 중으로, 포기하지 않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원했던 다른 관계자도 "1년 전쯤 (여)효진이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도우려고 했지만, 효진이가 정중하게 거절했다. 효진이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였다. 스스로 병마와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가 정말 강했기에 지켜만 봤는데 상태가 이렇게 나빠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효진의 소식을 수소문했고, 어렵게 여동생 여도은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오빠가 2019년 12월 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2월 서울대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치료를 해왔다”라며 “처음엔 수술도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어렵게 수술을 받게 됐고, 이후 꾸준히 항암치료를 이어왔다. 그런데 10차 정도 지나가니 몸상태가 안 좋아져서 항암치료도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여효진은 지난 14일 은평구 카톨릭 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원했다. 오랜 항암치료로 몸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식사는커녕 물도 못 마시는 상황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겠다는 가족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실, 여효진 본인은 자신의 투병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가까운 친구 몇 명만 그의 소식을 알 정도였다. 하지만, 가족들이 용기를 냈다. 그가 조금이라도 기운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여도은씨는 “기적적으로 오빠가 털고 일어나, 상위 1%의 사나이로 불렸으면 좋겠다. 월드컵 때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오빠가 가장 행복해 보였을 때다. 그 때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다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여효진을 위한 따뜻한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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