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에서 생존을 위한 필사의 사투를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91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당시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베테랑',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이 주연을 맡았다.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의 참사관 태준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구교환은 2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어느 날 류승완 감독님을 뵙게 됐고, 시나리오를 읽고 모든 출연진의 앙상블이 눈에 그려졌다. 이 이야기의 일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의 캐릭터 태준기에 대해 "기존애 했던 역과는 다른 결이 보여지는 액션이 있다. 실제로 태준기 참사관은 오랜 기간 훈련을 받은 사람이다. 트레이닝을 했던 사람의 근성과 기세가 드러날 수 있도록 체력 훈련을 오랫동안 했다. 몸에서 드러나진 않더라도, 자신감이 있다면 태준기 참사관의 무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진행했다. 저 혼자 만드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촬영, 의상, 감독님의 디렉션이 중요했다. 여러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태준기는 북한 대사관의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그 안에서 좀 더 변칙적인 게 있다. 자기만의 재밌는 장난을 좋아하는 거 같다. 지금의 모습도 처음의 태준기의 모습은 아니었던 거 같다. 공작 활동도 했을 것이고, 베일에 싸인 모습이다. 그런 의뭉스러운 모습이나 긴장감, 알 수 없는 것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관객들에게 태준기를 소개하는데 더 좋을 거 같다고 봤다"며 "전투 능력은 있지만 강대진(조인성) 참사관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은, 이미 많은 미션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미션을 수행한 인물로 알고 있다. 사실 태준기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야기의 주인은 관객이다. 제가 정의를 한다면 감상을 해칠 거 같아서 아직은 그 말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모가디슈' 합류에 앞서 구교환은 류승완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고3때 였을 것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류승완 감독님의 데뷔작을 봤다. 4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장편 영화였는데, 그렇게 에너지 가득한 영화는 처음 마주했다. 그 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과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같이 들었던 거 같다. 감독님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실제로 연기도 하셨다. 저에게는 좋은 선배님이자 감독님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싶어 하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이 '태준기' 역을 맡게 된 것에 대해 "감독님 작품엔 처음 출연했지만, 서울 독립영화제의 인연도 있었다"며 "감독님은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되게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웬만한 영화들을 항상 다 챙겨보시는데, 그러면서 제가 출연한 독립영화들도 지켜보셨던 거 같다. 이미 제가 감독님을 알고있는 것 만큼 감독님도 제 영화를 봐주셨던 거 같다. 아마 태준기 참사관의 기질을 만들 때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부분들이 있을거라고 봤다"고 추측했다.
구교환은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아직은 많은 관객들에게 낯선 얼굴이지만, 영화 '반도' 이후로는 점차 주목받고 있다. '킹덤: 아신전' 등 연이어 대작에 출연하는데다가 줄줄이 공개를 앞둔 작품만도 여러 개다. 조만간 한국 영화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모가디슈'의 주연들 역시 구교환에게 이같은 기대를 보내며 아낌없는 에너지로 그의 성장을 도왔다고 한다.
구교환은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것이 부담보다는 설렘, 기쁨, 환희다. 그 선배님들의 이름들을 듣기 시작했을 때 함께 앙상블을 맞춘다는 것이 너무 기분 좋았다. 실제로도 태준기 참사관을 만드는데 있어서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선배 세 분 께서 프레임 밖에서 항상 저를 응원해주셨고, 프레임 안에서는 제가 그렇게 반응할 요소를 만들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들어 인성 선배는 저에게 항상 자극을 주시고, 제가 거기에 반응을 보이면 허준호 선배님이 제 어깨를 잡으시고, 윤석 선배님은 어떤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봐주신다. 그렇게 세 분의 시선이 저에게 오면 제가 '태준기가 되겠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셨다. 제가 스크린 밖에서 본 그 분들의 에너지는 현장에선 훨씬 더 강한 거구나라는 기대 이상의, 대단한 감정을 느끼면서 촬영을 했던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성격은 수줍음이 많은 듯한 말투에 내재된 장난기가 다분한 구교환은 영화 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달리 임팩트 있는 강렬한 인상의 배역들을 주로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이같은 캐스팅 제안을 받는 이유에 대해 고심 끝에 "그걸 잘 모르겠다"면서도 "감독님들께서 제가 궁금해하고 호기심이 가는 인물을 제안해주신다는 것은 배우로서 많이 행복한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구교환은 자신의 에너지 원천에 대해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궁금증이다. 내가 관객으로 앉아있을 때도 궁금한가. 그게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모로코에 태준기를 두고 온 기분이다"라며 "올해는 '모가디슈'가 개봉하고 관객 분들을 조금 더 많이 만났던 여름인 거 같다. 저는 관객 분들을 많이 만나는 걸 좋아한다. 창작자가 결과를 안고 있기보다는 계속 펼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배우 겸 감독으로 활약 중인 구교환은 '모가디슈'와 차기작인 넷플릭스 'D.P.' 등에 이어 연출작도 준비 중이다. 그는 "가깝게는 단편 영화 한 편을 준비 중이다. 긴 이야기로는 광고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봤다. 오피스물인데 오피스에 거의 없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꼭 영상화 시키는 게 목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모가디슈'는 28일 개봉해 올해 한국 영화 오프닝 최고 스코어를 기록하며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