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홍철 해설위원이 2016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딸 여서정이 딴 금메달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여홍철 KBS 해설위원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객관적인 시선이 중요한 중계진이지만, 딸 여서정의 경기를 앞두고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사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그랬다.

여홍철 위원은 여서정의 경기 전 "솔직히 지금 손에 땀이 많이 난다. 해설하면서 이런 경우가 아시안게임 때와 지금이다. 해설 안 하고 마음 편하게 보고 싶은 심정"이라며 웃었다.

여홍철 위원은 '도마의 신'이라고 불렸던 체조 선수 출신.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과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홍철 위원은 선수 시절 자신의 이름을 딴 '여'라는 기술을 개발해 연기했다. 딸 여서정은 아버지가 남겨준 가보와 같은 '여'를 변형해 '여서정'을 만들었다. 여자 도마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 6.2가 배점된 고난도 기술.

여서정은 1일 일본 아리아케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여자 결선에서 '여서정'을 시도했다.

여홍철 위원은 1차 시기부터 흥분했다. 여서정이 거의 완벽하게 착지하자 "으아아아아" 소리쳤다. 뿌듯한 마음이 화면과 스피커로 전해졌다. 1차 시기 점수 15.333.

2차 시기에 앞서선 아빠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했다. "편한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여서정이 점프 후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튕기듯 착지가 밀리자 아쉬워했으나, 곧 "충분히 잘했다"며 먼 곳에 있는 딸을 마음으로 다독였다.

2차 시기까지 합산한 평균 점수는 14.733. 1위 브라질의 레베카 안드라지(15.083), 2위 미국의 미카일라 스키너(14.916)에 이어 3위 기록이었다.

여서정 뒤 3명의 선수가 어떻게 뛰는지가 중요했다. 마지막 릴리아 아하이모바(러시아)가 2차 시기 합산 14.666을 받고 여서정이 동메달 획득을 확정하자, 여홍철 해설위원은 "아하하하하" 크게 웃으며 기뻐하고 손뼉을 쳤다.

이어 "기계체조 종목 여자 선수 첫 올림픽 메달"이라며 "여서정이 도쿄로 가기 전에 파리 올림픽까지 뛰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잘 마무리하고 돌아와서 더 얘기하자고 했다. 이번에 동메달을 땄으니 다음에 금메달을 따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상대에 오른 여서정을 지켜보며 여홍철 위원은 "죄송하지만 박수해도 됩니까?"라면서 방송 중 딸에게 손뼉을 치며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처럼 눈물을 보이진 않았다.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아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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