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왈칵 쏟는 여서정. ⓒ연합뉴스
▲ 여서정과 여홍철이 사상 처음으로 '부녀'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왔다. 한국 여자 체조의 미래를 책임질 여서정(19·수원시청)은 ‘아빠’ 여홍철을 넘어서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했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은 '도마의 신'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의 딸이다. 여홍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1994년 히로시마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홍철의 딸 여서정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32년 만에 나온 여자 체조 금메달이었다. 

여홍철은 당시 "부모로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여서정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2020 도쿄 올림픽과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계속 달려가야 한다. 부모로서 지켜보고 도와주는 것밖에 할 게 없다"며 응원을 보냈다.

3년의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여서정은 어느덧 세계적 선수들과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섰다. 1차 시기에서 15.333점으로 완벽한 연기를 펼친 여서정은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2차 시기에서 착지 실수가 불안했던 여서정은 결선에 나선 마지막 선수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여서정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동안 죽을힘을 다해 훈련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여서정은 "엄청 울었다. 너무 벅차올랐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보상을 받는 기분이라 너무 기쁘다. 2차 시기를 뛰고 난 이후에는 ‘아차’ 싶었다. 1차 시기가 너무 잘돼서 흥분됐고, (2차에서)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수했다"고 돌아봤다. 

아버지 여홍철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고유의 기술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은 “동메달이라고 아쉽지는 않다. 만족스럽다. 올림픽 기간에 아빠랑 메시지를 정말 많이 주고받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아빠가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밝혔다. 

여홍철은 경기 해설 중 “여홍철의 딸 여서정이 아니라 여서정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여서정은 “솔직히 아빠로 인해 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 아빠가 먼저 (체조를) 하셨으니 (아빠는 딸이) 그늘에 가려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셨을 수 있다. 그래서 여서정의 아버지라 불리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이제는 아빠를 이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서정의 시선은 3년 뒤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을 향해 있다. 여서정은 "이번 경기는 관중이 없어 덜 긴장하지 않았나 싶다. 3년 후 올림픽에서 (떨릴지는) 그때가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착지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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