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위로 달려가며 마지막에 상대 선수들을 향해 조롱의 제스처를 보인 케냐 퍼거슨 체루이요트 로티치.
▲ 주이트가 넘어지며 뒤 따라온 아모스도 중심을 잃고 있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육상 800m 한 경기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1등은 뒤처진 상대 선수를 조롱하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뒤엉켜 넘어진 두 선수는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이한 장면'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800m 준결승에서 나왔다. 

준결승 3조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마지막 100m 구간에 진입하기 위해 곡선 구간을 달렸다.

그런데 이사야 주이트(미국)가 중심을 잃으며 넘어졌고, 바로 뒤에서 달린 니젤 아모스(보츠와나)가 부딪히며 쓰러졌다.

800m 결승 진출이 허무하게 무산된 두 선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주이트는 자리에 드러누웠고, 아모스는 털썩 앉아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가 넘어진 사이 100m 직전 구간에서는 케냐의 퍼거슨 체루이요트 로티치가 1위로 치고 나갔다. 여유 있게 상대 선수들을 따돌린 그는 갑자기 2~3위 선수들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손동작을 여러 차례 하기 시작했다. 막판에는 속도까지 천천히 조절하며 상대 선수들을 '조롱'했고 결국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사이 넘어진 두 선수는 손을 맞잡고 일어났고, 서로를 부축했다. 뒤에서 뒤엉켜 넘어진 아모스는 상대를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경기장 내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올림픽 관계자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육상 800m 드라마는 마지막 순간 완성됐다. 주이트 때문에 넘어진 8위 아모스는 심판의 '구제'까지 받으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올림픽 정신'을 보인 아모스가 출전하는 육상 800m 결승전은 4일 펼쳐진다. 
▲ 넘어졌다 일어선 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환호를 보내는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아모스(오른쪽)ⓒ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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