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치열한 승부 앞에선 잠시 우정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8강 상대인 터키. 김연경에겐 참 얄궃은 운명이었습니다.

터키는 김연경과 인연이 깊은 나라입니다. 김연경은 2009년 일본 진출로 해외 무대를 밟은 뒤 2011년 터키 페네르바체로 이적했습니다. 

이후 2017년까지 6시즌을 뛰며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뛰어난 실력 외에도 김연경은 훌륭한 팬서비스로 동료 그리고 터키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였습니다.

▲ 2016년 김연경과 절친 에다 에르뎀

김연경 역시 터키를 '2번째 집'으로 표현할 정도로 터키 생활과 문화 그리고 팀에 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김연경 인터뷰 / 페네르바체 시절 인터뷰>
 
정말 편안하다 이제는. 구단관계자 선수들이 나를 외국인 선수으로 안보는것 같다.오히려 너무 편안하게 해주고, 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냥 모르겠다. 2번째 집인것 같다. 그만큼 편안하고 지금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하는 것 같다.

4일 김연경은 한국 여자 배구팀을 이끌고 도쿄올림픽 4강을 향한 중요한 일전에 나섰습니다. 상대는 다름 아닌 터키. 김연경의 팀 동료였던 에다 에르뎀이 터키 주장으로 출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김연경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에다 에르뎀

팀 동료였던 에다 에르뎀은 김연경이 중국으로 이적하자 SNS에 진심을 담은 글을 써 큰 화제를 모은 친구입니다. 

김연경에 대한 존중과 우정이 매우 큰 선수였습니다.

<에다 에르뎀 / 김연경 페네르바체 시절 동료> 

김연경을 정말 좋아하고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친구다.때로는 말이 너무 많지만(웃음) 괜찮다.  동료들 모두 김연경을 좋아한다. 늘 팀을 위해서 경기를 뛸 때나 훈련할 때 최선을 다하는 선수고,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저는 늘 김연경을 '한국 여왕(Korean Queen)'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사람이다. 배구 선수로만 특별한 게 아니라 인품이 정말 좋은 선수다.

▲ 얄궃은 운명. 적으로 만난 김연경과 에다 에르뎀

이날 경기에는 에다 에르뎀을 포함한 터키 대표팀 12명 중 무려 11명이 김연경을 상대했거나 같이 뛴 적이 있었습니다.

김연경을 잘 아는 선수들이었고, 그만큼 어려운 승부였습니다. 터키 대표팀 감독 역시 김연경의 플레이 스타일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 모든걸 실력으로 이겨냈습니다. 팀 내 최다인 28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 경기를 이긴 뒤 환호하는 김연경
▲ 경기에 패한 뒤 눈물 흘리는 에다 에르뎀

마지막 5세트 14-13 상황에서 두 절친 그리고 양국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김연경이 강스파이크로 때린 공은 에다 에르뎀의 손을 뚫어내고 그대로 터키 코트에 꽂혔습니다. 김연경은 환호했고 에다 에르뎀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만의 4강 진출이었습니다. 경기 뒤 터키 선수들은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않으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경기 후 에다 에르뎀은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금 내 감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 오를 만한 자격이 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 페네르바체 시절 김연경의 모습

김연경은 과거 터키를 떠나게 된다면 이곳을 자신을 한번 더 성장시켜 준 곳이어서 좋은 기억만 안고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연경 인터뷰 / 페네르바체 시절 인터뷰>

모르겠어요. (터키리그는) 저를 성장하게 해준 리그중 하나였던 것 같고, (페네르바체 팀은) 제가 가장 힘들때 많이 도와줬고, 가장 배구를 잘했을 때의 시기를 이 곳에서 보낸 것 같아서 (만약 터키를 떠나게 된다면) 좋은 기억을 간직한채 갈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배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시기를 여기서 보냈다.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6년을 보내면서 배구로 꽉 채운 느낌이라 좋은 기억을 안고 떠날 거 같다.

올림픽 메달이 자신의 선수 생활의 가장 큰 꿈이라고 했던 김연경.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2번째 집 '난적' 터키를 넘어 이제는 메달 획득에 도전합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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