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효진(앞줄 맨 왼쪽)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열쇠는 중앙이다.

양효진(32, 현대건설) 김수지(34, IBK기업은행) 박은진(22, KGC인삼공사)으로 이뤄진 센터진이 브라질 퀵토스를 '읽어야' 한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2020 도쿄올림픽 4강전을 치른다. 올림픽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다.

세계랭킹 4위 터키를 꺾고 극적으로 4강에 오른 한국이지만 이번 상대는 정말 만만찮다. 역대 전적에서 보듯 그간 브라질에 일방적으로 밀렸다(18승 45패).

지난달 25일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김연경이 12득점으로 분전했지만 힘과 기술, 높이에서 모두 고개를 떨궜다.

1차전을 복기하면 브라질 세터 호베르타 하츠케(31)가 경계대상 1순위다. 당시 한국은 3세트 초반 브라질을 몰아붙였다.

스코어를 8-3까지 벌리며 반격 토대를 마련했다. 앞선 두 세트와 분위기가 현저히 달랐다.

그러자 브라질 조제 호베르투 기마랑이스 감독은 주전 세터 마크리스 카르네이로를 빼고 하츠케를 투입했다. 이때부터 한국은 연속 3실점만 2차례 내주는 등 급격히 무너졌다.

하츠케의 잔스텝을 활용한 변화무쌍한 '퀵토스'에 한국 센터진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대응 타이밍도 반박자 느렸지만 '어디로 줄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예 와이드오픈으로 백어택까지 내주는 등 전위가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졌다.

이 탓에 주포 페르난다 로드리게스, 탄다라 카이세타, 로사마리아 몬티벨러의 스파이크 질이 크게 향상됐다. 결국 19-25로 3세트를 뺏기고 셧아웃 패를 당했다.

▲ 브라질 세터 호베르타 하츠케와 미들블로커 카롤(앞줄 왼쪽부터)
브라질은 지난 4일 러시아(ROC)와 대회 8강전에서 선발 세터로 하츠케를 내세웠다. 카르네이로가 지난달 31일 일본 전에서 오른 발목이 꺾이는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탓이다. 러시아 전이 끝난 뒤에도 카르네이로가 여전히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한국과 경기서도 하츠케가 나설 확률이 높다.

러시아는 최대 장점인 높이를 앞세워 이날 브라질을 끝까지 괴롭혔다. 팀 공격은 차기 시즌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는 2004년생 레프트 유망주 아리나 페드롭체바(17)가 이끌었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0득점으로 측면에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베테랑 센터 이리나 코롤레바(29, 196cm - 14득점), 백업 이리나 페티소바(26, 190cm - 6점)가 뒤를 받쳐준 것이 쏠쏠했다. 팀 서드 미들블로커 에카테리나 에니나(28, 192cm)도 블로킹 1개 포함, 3득점으로 힘을 냈다.

셋은 블로킹 11개를 합작하며 중앙에서 브라질 예봉을 꺾었다. 양효진과 김수지, 박은진이 4강전에서 보여야 할 장면이다.

▲ 김연경 ⓒ 연합뉴스
브라질 주전 센터인 카롤은 1981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 경험이 풍부하고 올림픽에 앞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최고 미들블로커로 꼽힐 만큼 발군의 기량을 지녔지만 이틀 전 러시아 전에선 체력 문제가 눈에 띄었다.

러시아 페드롭체바가 했던 역할을 김연경(33)이 맡아준다고 가정하면 양효진, 김수지의 분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백 A속공과 B속공, 시간차 등 다양한 이동공격으로 카롤을 괴롭힐 수 있다면 터키 전에 이어 또 한 번 기적 연출도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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