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32, 현대건설) 김수지(34, IBK기업은행) 박은진(22, KGC인삼공사)으로 이뤄진 센터진이 브라질 퀵토스를 '읽어야' 한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2020 도쿄올림픽 4강전을 치른다. 올림픽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다.
세계랭킹 4위 터키를 꺾고 극적으로 4강에 오른 한국이지만 이번 상대는 정말 만만찮다. 역대 전적에서 보듯 그간 브라질에 일방적으로 밀렸다(18승 45패).
지난달 25일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김연경이 12득점으로 분전했지만 힘과 기술, 높이에서 모두 고개를 떨궜다.
1차전을 복기하면 브라질 세터 호베르타 하츠케(31)가 경계대상 1순위다. 당시 한국은 3세트 초반 브라질을 몰아붙였다.
스코어를 8-3까지 벌리며 반격 토대를 마련했다. 앞선 두 세트와 분위기가 현저히 달랐다.
그러자 브라질 조제 호베르투 기마랑이스 감독은 주전 세터 마크리스 카르네이로를 빼고 하츠케를 투입했다. 이때부터 한국은 연속 3실점만 2차례 내주는 등 급격히 무너졌다.
하츠케의 잔스텝을 활용한 변화무쌍한 '퀵토스'에 한국 센터진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대응 타이밍도 반박자 느렸지만 '어디로 줄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예 와이드오픈으로 백어택까지 내주는 등 전위가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졌다.
이 탓에 주포 페르난다 로드리게스, 탄다라 카이세타, 로사마리아 몬티벨러의 스파이크 질이 크게 향상됐다. 결국 19-25로 3세트를 뺏기고 셧아웃 패를 당했다.
브라질은 지난 4일 러시아(ROC)와 대회 8강전에서 선발 세터로 하츠케를 내세웠다. 카르네이로가 지난달 31일 일본 전에서 오른 발목이 꺾이는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탓이다. 러시아 전이 끝난 뒤에도 카르네이로가 여전히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한국과 경기서도 하츠케가 나설 확률이 높다.러시아는 최대 장점인 높이를 앞세워 이날 브라질을 끝까지 괴롭혔다. 팀 공격은 차기 시즌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는 2004년생 레프트 유망주 아리나 페드롭체바(17)가 이끌었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0득점으로 측면에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베테랑 센터 이리나 코롤레바(29, 196cm - 14득점), 백업 이리나 페티소바(26, 190cm - 6점)가 뒤를 받쳐준 것이 쏠쏠했다. 팀 서드 미들블로커 에카테리나 에니나(28, 192cm)도 블로킹 1개 포함, 3득점으로 힘을 냈다.
셋은 블로킹 11개를 합작하며 중앙에서 브라질 예봉을 꺾었다. 양효진과 김수지, 박은진이 4강전에서 보여야 할 장면이다.
브라질 주전 센터인 카롤은 1981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 경험이 풍부하고 올림픽에 앞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최고 미들블로커로 꼽힐 만큼 발군의 기량을 지녔지만 이틀 전 러시아 전에선 체력 문제가 눈에 띄었다.러시아 페드롭체바가 했던 역할을 김연경(33)이 맡아준다고 가정하면 양효진, 김수지의 분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백 A속공과 B속공, 시간차 등 다양한 이동공격으로 카롤을 괴롭힐 수 있다면 터키 전에 이어 또 한 번 기적 연출도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