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소영(공 때리는 이)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기자] 2020년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첫 경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18일.

한국 여자배구 대표 팀 스테파노 라바리니(42) 감독은 '라이트 김희진(30, IBK기업은행)'을 천명했다.

"현재 시스템에선 김희진이 아포짓(라이트)을 맡아주는 게 최선"이라며 도쿄 구상을 못박았다.

소속 팀 IBK기업은행에서 김희진 주 포지션은 센터다. 하나 대표 팀에선 꾸준히 라이트로 중용됐다. 황연주(35, 현대건설) 이후 사실상 한국 오른쪽을 책임진 공격수다.

유럽 선수와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는 신장(186cm)과 발군의 점프력, 연타 시도가 유력한 상황에서도 강한 공격을 꽂는 센스가 돋보인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김연경(33, 중국 상하이) 뒤를 가장 든든히 받친 공격 2옵션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희진은 한계에 다다랐다. 몸상태가 정상 컨디션을 크게 밑돈다. 무릎 수술 여파가 올림픽을 거듭할수록 극명해지고 있다.

지난 6일 브라질과 4강전에서 이 같은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현저히 낮은 타점에 공을 힘껏 때리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디그 역시 2개에 그쳤다. 5득점 공격성공률 19%에서 보듯 현재 김희진은 공수에서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박정아(28, 한국도로공사)와 이소영(26, KGC인삼공사)이 메워야 한다. 특히 이소영 역할이 중요하다. 김희진 대신 박정아가 메인 아포짓을 맡는다 해도 경기 내내 코트를 지킬 순 없다. 결국 이소영, 정지윤(20, 현대건설) 등 백업진 활약이 중요한데 지난 시즌 챔프전 MVP로 커리어 정점에 진입한 이소영이 제 몫 '이상'을 해줘야 한다.

윙 스파이커로선 작은 키(175cm)가 아쉽다. 그러나 육상 선수 출신으로 탁월한 점프력과 파워를 겸비했다. 허리를 활시위처럼 휘었다 때리는 스타일로 공에 힘을 실을 줄 아는 공격수다.

4강전에서도 힘있는 스파이크로 상대 전위를 긴장시켰다. 2득점으로 숫자는 빈약했지만 일단 한국 오른쪽으로 토스가 갔을 때 브라질 전위가 서둘러 사이드 스텝을 밟는 긴장감이 형성됐다. 정교성을 조금만 더 올려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는 적 플랜을 흔들어 줘야 한다. 

수비와 서브에서도 상당한 장점을 지닌 선수라 활용 폭도 넓다. 측면에서 존재감을 보이면서 흐름을 가져오는 서브 에이스, 결정적인 디그 한둘을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 티아나 보스코비치(왼쪽)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이 마주한 적은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다.

4강에서 완패를 안긴 브라질보다 랭킹은 네 계단 낮지만 그럼에도 역시 녹록잖은 상대다. 지난 2일 조별리그 5차전서도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세트당 평균 소요 시간이 24.3분에 그칠 만큼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땐 8강 진출을 확정한 터라 '숨고르기' 성격이 짙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2세트 중반부터 주전 다수를 빼고 경기를 치렀다. 3세트 들어선 아예 김연경까지 벤치로 불러들였다. 선수단 체력 안배에 초점을 맞췄다.

세르비아 경계 대상 1호는 티아나 보스코비치(24, 엑자시바시 비트라)다. 키 193cm에 이르는 좋은 신체조건을 지닌 왼손잡이 라이트로 현시점 세계 최고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고 2018년 일본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팀 우승과 MVP를 싹쓸이했다. 이 대회 공격성공률 1위(53.6%) 득점 4위에 올라 세계 배구계에 제 이름을 선명히 각인시켰다.

이밖에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과 월드그랑프리, 유럽선수권대회에 빠짐없이 세르비아 핵심 스파이커로 활약했다. 스물네 살 나이에 유럽배구연맹(CEV) 올해의 선수에만 3차례나 이름을 올린 걸물이다.

동유럽 특유의 강력한 파워와 320cm를 가볍게 넘는 눈부신 타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나쁜 공 처리 능력까지. 공격 분야에선 흠 잡을 데 없는 기량을 갖췄다. 물론 서브 리시브나 디그를 아울러 장착한 완성형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블로킹 타점이 무려 317cm에 달한다. 전위에서만큼은 수비서도 위협적이다.

커리어 두 번째 올림픽인 도쿄 대회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도미니카공화국 전(28득점)을 시작으로 일본(34득점) 케냐(9득점) 브라질(32득점) 한국(13득점)을 맞아 '월드 클래스' 위용을 뽐냈다.

이탈리아와 8강전에선 24득점 공격성공률 52.5%, 셧아웃으로 무너진 미국과 4강전에서도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9점을 쓸어 담았다. 집요한 목적타 서브로 최대한 공격 기회를 차단하는 법 외엔 별 대응 수(手)가 없다.

보스코비치를 보좌하는 파트너진 역량도 눈부시다. 특히 중앙이 견고하다.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인 미들 블로커 밀레나 라시치(30 - 193cm)와 미나 포포비치(26 - 187cm)가 대표적. 최근 배구 트렌드는 공수 만능 센터의 보유 여부가 강팀 조건으로 꼽히는데 라시치, 포포비치는 이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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