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 김성철 영상기자] 길고 길었던 불안한 시간을 견뎠다. 데뷔 11년 동안 단 한차례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선수생활 포기에 대한 유혹도 많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내가 과연 투어를 그만둔다면 이것(골프) 보다 더 잘할 수 있는게 있을까?"

초조하게 보낸 11년의 시간. 인고의 시간을 견뎠고 거짓말처럼 데뷔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LPGA 곽보미 (하이원리조트) 프로의 이야기다.

곽보미는 지난 5월 8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위치한 아일랜드 컨트리클럽(파72·6650야드)서 열린 '제7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잡아내며 3언더파 69타,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하며 데뷔 첫승을 기록했다.


2위 지한솔과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18번홀 곽보미는 지한솔에게 한 타 차 앞서 있었다. 유리한 상황에서 18번 홀 티샷을 쳤다. 

하지만 자신 있게 멀리 친 볼은 왼쪽으로 밀리며 곽보미의 시야로 부터 사라졌다. OB로 처리 될뻔한 순간이었다. 집에서 노심초사 중계를 보고 있던 곽보미의 아버지가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아차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보니 카트 도로를 맞고 안으로 들어오더라.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곽보미에겐 행운이었다. 이어 친 세컨샷도 약간의 미스로 공이 러프로 향했지만 결국 파로 마무리하며 1타차 리드를 지켜냈다.

공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곽보미는 펑펑 울었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곽보미는 "투어를 오래 뛸수록 그만 두는 선수는 계속 나올 때 마다 고민도 많이 했고 나에게 되물었다. 근데 그럴때 마다 투어를 그만둘 용기가 없었다. 버티고 버티니까 '이런날이 오는구나' 라는 감정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심적 부담을 덜었기 때문일까. 우승을 한 뒤에는 골프가 조금 더 편해졌다. 

그는 "상금보다 더 기쁜 건 그래도 시드 걱정 없이 투어를 2년간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우승하고 난 뒤 참여한 대회에서는 성적이 좋더라. 조금 더 골프가 편하게 느껴지고 있다. 근데 최근엔 너무 편해져서 걱정이다. 다시 긴장을 해야 겠다"라고 웃었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이지만 곽보미 스스로 본인의 멘탈은 매우 약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투어를 뛸수록 조금 더 단순해 지는 법을 깨닫고 있다. 또한 데뷔 당시 공격적인 라운딩과는 다르게 안정적으로 게임을 이끌어 가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곽보미는 "예전에는 파5에서 항상 투온을 시키자는 생각으로 골프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숏게임과 퍼터에서 좋지 못한 기록이 나더라. 최근 KLPGA 코스는 전장이 길지 않고 전략적으로 운영을 해야 스코어가 잘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노련해 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만큼 이제는 심적 부담을 덜고 골프를 더욱 즐길 생각이다. 최근 곽보미의 쌍둥이 남동생이 골프를 시작했다. 후반기에는 남동생에게 캐디를 맡길 생각이다. 

그는 "사실 골프를 시작하면서 딱히 롤 모델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홍란 언니와 함께 라운딩을 자주다니면서 느낀점이 있다. 우승을 자주하는 것보다 대단한건 꾸준하게 시드를 유지하며 골프 하는 것이다. 캐디를 하는 동생에게 꼬박꼬박 용돈을 줄수 있을 정도로 (순위) 목표를 잡겠다"며 소박하게 웃었다.


무명 시절 많은 도움을 줬던 후원사 하이원 리조트와 핑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엄마랑 투어를 많이 다니다 보니까 성적이 나지 않을때 마다 짜증을 많이 냈던 것 같다. 그래도 기다려줘서 너무 고맙다. 어려운 시절 묵묵히 후원해준 두 후원사에게도 너무 감사하다. 굳이 욕심을 낸다면 8월 19일에 열리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라는 질문에 곽보미는 이렇게 답했다.

"1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잘 버틴 것 같다. 후배들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이라도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는 정말 행복하게 투어 생활을 오래오래 길게 해보고 싶다" 

곽보미는 19일부터 자신의 후원사인 하이원 리조트에서 열리는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2021(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4400만 원)’에 참가해 우승컵을 다시한번 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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