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 스포츠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태권도 80kg급에서 인교돈과 싸운 파르자드 만수리(오른쪽부터)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체육관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여성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김한림 영상 기자]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국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탈레반이 정상 국가를 부르짖으며 국제 사회에 유화 메시지를 뿌리고 있지만, 과거 공포정치의 부활 가능성이 보이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활성화된 스포츠는 레슬링, 축구와 함께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 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태권도는 깊게 뿌리 내렸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남자 80kg급에 나서 동메달을 획득한 인교돈이 가장 고비로 여겼던 경기도 아프가니스탄의 복병 파르자드 만수리와 치렀던 16강전, 13-12로 겨우 이겼습니다. 그만큼 태권도는 희망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스포츠에 적극 나서면서 여권 신장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2007년 여자축구대표팀이 만들어질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탈레반과 오랜 전쟁을 벌이면서 대부분의 스포츠 시설은 파괴됐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였던 체육관과 크리켓장에서는 탈레반 소행으로 보이는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기 다반사였습니다.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일본과 겨뤘던 아프가니스탄 남자 축구대표팀. 이들의 향후 일정도 먹구름이다.

여성 선수들에 대한 억압도 강해졌습니다. 돌을 던지고 감금하는 일이 다반사, 결국 여자축구대표팀 초대 주장이었던 칼리다 포팔은 지난 2016년 2달 동안 땅굴을 파 탈출해 덴마크로 망명했습니다.

포팔은 지난 17일 BBC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여성들이 희망을 잃었다"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국제 사회가 탈레반을 향한 압박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당장 패럴림픽에 나서려던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는 탈레반이 알아볼까 두려워 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 카불에 발이 묶여 있음을 전했습니다. 육상 대표 호사인 라소울리까지 출전이 불발되면서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 이후 25년 만에 참가가 무산됐습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까지 나섰던 아프가니스탄 남자 축구의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내정이 불안한 이라크, 시리아는 제3국에서 홈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처지는 이들보다 더 절박해 당장 올해 남은 6번의 A매치 실행 여부도 물음표입니다.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스포츠가 위기에 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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