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VP를 차지한 현대건설 정지윤 ⓒ 곽혜미 기자
▲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앞으로 정지윤이 리시브를 수만 번은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의정부, 김민경 기자] "수만 번 받다 보면 될 겁니다.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20살 유망주 정지윤에게 남긴 말이다. 정지윤은 2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GS칼텍스와 결승전에서 블로킹 3개, 서브 1개를 포함해 17점을 뽑았다. 정지윤은 MVP 투표에서 총 32표 가운데 27표를 얻어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정지윤의 활약 속에 세트스코어 3-0(25-23, 25-23, 28-26)으로 완승하며 팀 통산 4번째 컵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대건설은 앞서 2006년과 2014년, 2019년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GS칼텍스와 나란히 컵대회 최다 우승 팀이 됐다. 

정지윤은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센터에서 레프트로 전향할 준비를 했다. 주변에서도 꾸준히 레프트 전향을 권했는데, '배구 여제' 김연경(33, 상하이)도 그중 하나였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막내인 정지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정지윤은 "(김연경이) 레프트로서 좋은 장점이 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좋은 신체 조건을 가졌다고도 해주셨고, 점프도 좋고 파워도 있어서 조금 더 연구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밝혔다. 

함께 뛰면서 보고 들으며 배운 점도 많았다. 정지윤은 "대표팀에서는 라이트로 뛰어서 공격 면에서 조금 더 많이 배운 게 많았다. 높은 블로킹 앞에서는 어떻게 때려야 하고, 영리하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봤다. (김연경) 언니가 내 안 좋은 습관이 보이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많이 말씀해 주셨다. (레프트 전향은) 기대만큼 내가 더 발전해야 그만한 선수가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하기에 달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컵대회 MVP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정지윤에게 좋은 자극과 응원이 될 전망이다. 강 감독은 "경기마다 팀이 안 풀리고 문제가 됐을 때 (정지윤이) 해결사가 됐다. 레프트 도전을 할 텐데 마인드가 좋은 친구다. 리시브가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 수만 번 받다 보면 될 것이다.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 김연경은 정지윤이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서 레프트로 전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장 정지윤의 가장 큰 숙제는 리시브다. 리시브를 해결하지 못하면 레프트로 버티기 어렵다. '김연경이 인정한 선수'라는 수식어에 정지윤이 "내가 하기에 달렸다"고 답한 이유다. 

정지윤은 "레프트로 가야 한다는 마음은 한참 전부터 있었다. 리시브나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리시브가 아니라서 계속 많이 받고 연습하고 울기도 많이 울고 해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컵대회에서 이미 정지윤은 한 차례 눈물을 흘렸다. 지난 26일 KGC인삼공사전에 레프트로 출전했다가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교체된 뒤 웜업존에서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해서였다. 그리고 3일 뒤 팀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를 차지했다.

정지윤은 "리시브를 못 하는 것은 솔직히 당연하다. 그 경기 못 했다고 무너지면 내가 레프트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는 발전하지 못 한다고 생각해서 안 되면 '왜 안 될까' 연구하고 발전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주변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만 번 리시브를 받아내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정지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보려 한다. 그는 "다음 시즌은 레프트로 전향해서 나가는데, 바로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레프트로는 아직 부족하고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큰 욕심 없이 리시브를 잘 버티는 경기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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