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곽빈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후반기 들어서 본인이 가진 공을 충분히 다 던지고 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 2018년 1차지명 유망주 곽빈(22)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곽빈이 선발 한 자리를 확실히 꿰차서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반등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전반기까지 곽빈은 자기 기량을 100% 다 보여주지 못했다.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마운드 위에 서면 제구 난조에 발목이 잡혔다. 

김 감독은 그런 곽빈을 지켜보며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시속 150km를 그냥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제구가 안 될까 봐 시속 142km 슬라이더를 집어넣으려고 하니까. 그러면 그 경기 끝나고 본인한테 남는 게 하나도 없다. 150km짜리 공을 베스트로 던져서 맞으면 납득을 해도, 초반처럼 그렇게 던지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상대 타자와 승부해야 하는데 자기랑 싸우고 있었다. 자기 공을 못 던질 때는 스트라이크를 넣기 바쁘다"고 되돌아봤다. 

데뷔 첫 선발승을 챙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곽빈은 지난달 24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이자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 

이때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곽빈은 정재훈 투수 코치의 권유로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정 코치는 "(곽)빈이가 구위랑 가진 능력이 좋은데, 경기 감각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직구랑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4가지 구종을 던졌는데, 직구랑 슬라이더는 본인이 자신 있고 잘 던지는 구종이라서 팔 스윙이 빠르다. 그런데 커브랑 체인지업은 비교적 팔 스윙이 느렸다. 이 4개 구종을 섞어 던지다 보니까 제구가 왔다 갔다 하는 문제가 생겼다"며 포크볼을 권하게 된 배경을 먼저 설명했다. 

이어 "포크볼은 원래 빈이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인데 안 던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불펜에서 던지는 걸 봤더니 팔 스윙이 빠른 구종 가운데 하나더라. 체인지업을 버리고 직구랑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지게 했다. 그러면서 3구종을 던지는 팔 스윙이 같아졌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는 몸이 크게 돌아가는 문제도 있었는데, 그 영향으로 커브도 효과가 같이 떨어져 있었다.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3개를 던지면서 커브를 던지게 하니까 커브 각까지 좋아졌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그러면서 경기 감각도 향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곽혜미 기자
곽빈은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직접 체감했다. 곽빈이 처음 포크볼을 사용한 지난달 24일 한화전에서 공을 받은 장승현은 "확실히 포크볼이 체인지업보다 직구처럼 때려져서 타자들 스윙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환골탈태한 곽빈은 최근 두산의 무서운 질주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두산은 최근 15경기에서 11승1패3무 승률 0.917를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54승51패5무를 기록해 7위에서 4위까지 단숨에 3계단을 올라갔다. 그 배경에는 선발 마운드의 안정화가 있었다. 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최원준은 검증된 상수였는데, 곽빈이 가세하면서 선발 마운드가 더더욱 탄탄해졌다. 15경기 가운데 10경기에서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곽빈은 이 기간 2경기에 등판해 1승, 11⅔이닝,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6이닝 2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칠 때는 최고 구속 154km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까지 모든 구종이 SSG 타자들의 방망이를 잠재우기 충분했다. 

김 감독은 "곽빈은 후반기 들어서 계속 결과와 상관없이 본인이 가진 공을 충분히 다 던지고 있다. 결과는 나중이다. 자신감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지면서 경기 운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 볼 배합이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성장할 곽빈을 기대했다. 

곽빈은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한 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