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기훈(수원 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서재원 기자] 선배들의 경험을 존중하는 팀 문화가 정착된 FC서울은 반등에 성공했다. 매탄소년단이 중심이 된 수원 삼성이 때로는 염기훈 팀이 돼야 하는 이유다.

수원은 26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32라운드 슈퍼매치에서 서울에 0-2로 완패했다. 최근 12경기에서 승리는 단 한 번뿐. 승점 39점을 유지한 수원은 겨우 6위를 유지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를 위협하던 수원은 파이널A 라운드 진출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는 수원의 완패로 끝났다. 결과는 물론, 경기력도 완패였다. 수원은 초반부터 서울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이른 시간 실점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후반에 한 방을 노리려했지만, 오히려 균형이 무너진 쪽은 수원이었다. 후반 18분 조영욱을 놓치며 선제 실점을 내줬다.. 권창훈과 김건희의 무리한 투입도 효과를 보지 못했고, 후반 막판 페널티킥 실점까지 내주며 무너졌다.

수원은 지난 주중 강원FC전 승리로 10경기 무승의 고리를 끊었다. 하지만, 서울전 패배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529일 슈퍼매치는 수원의 3-0 완승이었는데, 이번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4개월 사이 팀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 답답한 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원이 전반기 잘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매탄소년단의 존재 때문이었다. 열악한 스쿼드 속 강현묵, 김태환, 정상빈 등 유스(매탄고) 출신 선수들로 베스트11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됐다. 한 번 기회를 잡은 어린 선수들은 고삐 풀린 말처럼 내달렸고, 초반 수원의 엄청난 상승세를 이끌었다.

운이 좋았다. 재정이 열악한 수원이 내세울 수밖에 없는 건 매탄소년단 밖에 없었다. 성적이 잘 나오니, 구단은 이들을 띄워주기에만 바빴다. 그 사이 내부는 곪아터져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영입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침묵, 주축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 등 다양한 문제가 매탄소년단 하나로 가려졌다.

결과적으로, 수원이 후반기에 무너진 건 매탄소년단에만 의지했기 때문이다. 팀은 흔들릴 수도 있다. 위기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흔들림과 위기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 지다. 그때 중요한 게 선배들의 역할이다. 한국 축구에선 더더욱 그렇다. 허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수원에서 선배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매탄소년단도 좋지만, 위계질서가 확립된 팀 문화도 필요한 때가 있다. 현재, 서울이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안익수 감독은 슈퍼매치 승리 후 선배들의 노력에 모든 공을 돌렸다. 선배들이 중추가 돼 팀 분위기를 만들고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주는 문화가 반등의 요인이 됐다는 뜻이었다.

조영욱도 감독님께서 선배들의 숨 쉬는 것도 따라 쉬라고 하셨다. 괜히 큰 선수가 되고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라며 안 감독이 재정립한 팀 문화가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줬다고 주장했다.

과거, 수원도 그랬다. ‘염기훈 팀이라고 불렸을 때다. 염기훈에게 너무 의존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당시엔 위기에 빠져도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염기훈이 나서서 한 발 더 뛰니, 후배들도 자연스레 따라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수원에서 염기훈은 너무 중심에서 멀어져 있다.

염기훈 팀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염기훈 팀이 필요한 때가 있다. 이미 추락할 때까지 추락한 수원의 상황이라면, 실패가 뻔히 보이는 시즌이라면, 무언가라도 시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