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추억의 놀이, 그리고 목숨을 건 로또.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강타했다.

지난 17일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단순하고 익숙하다. 동시에 강렬하며 파격적이다. 빚더미에 올라 다음을 기악하기 어렵게 된 수백명이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그들이 해야 할 게임은 총 6가지. 몸을 움직이다 술래에게 들키면 탈락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세모네모의 금을 그어놓고 겨루는 골목길 게임 '오징어게임'까지다.

어린시절의 놀이를 목숨을 건 일확천금의 기회와 결합시킨 절묘한 발상은 끝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몰입감의 데스게임 콘텐츠로 탄생했다. 해고 노동자에서 실패한 자영업자로, 그리고 바닥 없는 루저 인생으로 전락한 주인공 기훈(이정재)을 비롯해, 한때 서울대 출신의 잘나가는 금융맨이었던 상우(박해수), 탈북자 출신 소매치기 새벽(정호연), 조폭 덕수(허성태) 등 다채로운 캐릭터,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 또한 빠뜨릴 수 없다.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왔다. '오징어게임'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최초로 북미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가 "지난 지금 추이로 보면,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 중심에 황동혁 감독이 있다. 2007년 영화 '마이 파더'로 데뷔한 그는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 등을 연출하며 매번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아 왔다. 직접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처음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이며 OTT에 진출했다. 시작부터 전세계 시청자를 타깃으로 삼아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는 황동혁 감독이지만 지금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고.

과연 '오징어게임'은 어떻게 출발해 지금에 왔을까. 왜 상금은 456억원이며, 기훈의 달라진 스타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황동혁 감독이 들려준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아래 내용은 '오징어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공개 불과 10일 만에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온 세계로 열풍이 불 줄은 몰랐다. 좋다가 얼떨떨하다가, 왔다갔다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있다. 인기 비결은 '심플함'인 것 같다. 놀이들이 심플하다. 다른 게임 장르와 다르게 자세하다는 점.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 것이 전세계가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배우들도 다들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것 같다."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이베이에서는 극중 등장한 '달고나 키트'가 판매되기까지 한다. 넷플릭스 CEO 테드 서렌도스가 글로벌 히트에 대해 언급했고, 리드 헤이스팅스는 초록 운동복을 인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작업하기로 했을 때부터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왔다. 방탄소년단, 싸이의 '강남스타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그렇다. 단순한 아이들의 게임이 세계적인 소구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넷플릭스와 작업한 것이다. 허나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 찍으면서 '달고나 세트' 비싸게 팔리는 것 아니야 이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제작진끼리 하기도 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서 얼떨떨하다.

어느 정도 잘 되고 있는지 감이 없었다. 그런에 이 분들이 공식적으로 나서서 옷도 입어 주시고 수치를 기반으로 한 예상치도 발표해 주셔서 그 자체로 놀랐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잘 돼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난다."

-공개 초반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해외에서 쏟아진 호평과 온도차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최대한 반응을 안 보고 있었다. 불호 반응이 꽤 있다고 하더라.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남녀노소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인종을 구분하지 않고 전세계 사람이 최대한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시작했다. 불호 반응이 있다고 해서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구나 했다. 외국에서는 좋은 반응이 있다고 해서 의도가 먹히고 알아주는 분들이 있구나 생각했다."

-OTT 플릭스와는 처음 작업했는데.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품이었다. 어디서 이런 예산으로 이런 수위로 만들 수 있을까. 19금 성인물에 형식, 분량, 수위 등과 상관없이 만들 수 있는 곳이 사실 넷플릭스밖에 없었다. 초창기 편안하게 만들었다 할 정도로 전적으로 믿고 밀어줬다. 전세계에 동시에 푸쉬할 수 있는 점도 있는데, 1주일 만에 반응이 오는 걸 보니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이미 데스게임 장르 콘텐츠가 상당하다. '오징어 게임'의 독창성은 어디에 있을까.

"두 가지다.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게임 장르는 게임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천재같은 주인공이 나와서 그것을 풀어내면서 진행이 된다. '오징어게임'은 아이들 게임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다. 30초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 사람의 감정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오징어게임'은 루저의 이야기다. 영웅도 위너도 어떤 천재적인 사람도 없다. 주인공은 남의 도움으로 한 단계 한 단계 가는 사람이다. 저는 5번째 '징검다리 게임'이 가장 상징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을 밀었냐고 하며 상우와 기훈이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기훈은 그 사람 덕에 왔다고 하고, 상우는 죽도록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상우는 내가 승자라고 생각하고 기훈은 내가 루저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끝까지 왔다고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는 루저의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을 쓴 부분은?

"이 작품은 어떻게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게임물이 잘못하게 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된다. 너무 현실성이 없고. 그럼 소수의 매니아만 즐기는 이야기가 된다. 저는 이 작품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판타지 요소와 리얼한 요소를 모두 구현하는 것이 가장 신경쓴 부분이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웠다고 호소했는데,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걸작 소리 안 들으면 망작이나 괴작이다.' 중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애들 게임을 목숨 걸고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긴장을 한시도 놓아본 적이 없다. 너무 긴 작업이어서 그 다음에 찍을 것들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다. 밤에 잠을 못자고 내일 찍을 걸 고민하다보니까 스트레스 지수가 거의 차 있더라. 그런 점이 힘들었다. 제가 만든 작품이 다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모험지수가 100에 가까울 만큼 리스크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2008년 즈음 처음 '오징어 게임'을 구상했다. 그때의 이야기가 현재와 어떻게 통했나도 생각하나.

"2008년, 2009년에 영화로 만들려고 했을 때는 낯설고 기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서글프다. 10여년이 지난 세상이 이런 말도 안되는 서바이벌 이야기가 더 어울리는 세상이 된 거다. 세상이 바뀐 것이 원인인 것 같다. 또 지금은 아이들도 다 게임을 하지 않나.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요소다. 또 코인이니 뭐니 하며 전세계가 일확천금을 노린다. 그런 게임이라는 데 전세계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닐까."

-6개의 놀이 구성은 어떻게 했나.

"십 몇 년 전이라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첫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집단적인 학살이 벌어진다고 생각했다. 몇 백명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그 놀이를 하면 군무처럼 보일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오징어게임'이었다. 도형 안에서 벌어지는 검투사들의 대결이라 생각했다. 어린시절 했던 가장 격렬했던 게임이라, 목숨을 걸고 하는 처절함과 아이러니가 살 것 같았다. 그 두 게임을 앞과 뒤에 배치했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가장 애정을 가진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 또 넣고 싶어 고민했던 다른 게임이나 놀이도 있나.

"제가 생각하는 가장 상징적인 게임은 징검다리 게임이다. 어릴 때 개천을 건널 때 어떤 돌을 밟으면 흔들려서 빠지곤 했다. 거기에 착안했다. 이기는 과정은 단순하다. 앞사람이 죽어서 길을 터줘야 뒷 사람이 끝까지 갈 수 있다. 이 사회의 승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패자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의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주제와 잘 닿아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다. 저로선 제일 중요한 게임이었다. 실뜨기를 시켜볼까 생각도 했다. 두 남자가 하먼 어떨까. 보는 사람이 룰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뺐다. 여자들에게 유리한 게임을 넣어볼까, 고무줄게임 등도 생각했다. 그런데 고무줄 게임도 1단, 2단이 있고 다들 조금씩 어렵다. 박진감 있는 게임, 글로벌을 목표로 단순한 것들을 하다보니까 뺀 게임들이 있다."

-456명이 참가해 456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왜 456인가.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이 떠돈다. 10여년 전 대본을 썼을 때는 1000명이었다. 1000만원씩 해서 100억이었다. 십몇년이 지나니 작은 돈이 되어 상금을 올려야겠다 했다. 한국에서 로또 가장 큰 당첨액을 찾아봤다. 초창기 400억 받은 분이 가장 큰 당첨액이더라. 그보다 좀 더 많아야겠다 해서 책정을 하고 한명당 1억으로 하고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456으로 했다. 중간 어딘가를 찾다가 보니 딱 맞아떨어지게 됐다. 숫자들 중 가운데 4,5,6을 썼다는 해석도 봤는데, 잠재의식이 있었는지. 그렇게 해석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세트와 의상, 미술은 어떻게 구상했나. 레퍼런스는 없었나.

"미술이 가장 어려웠다. 레퍼런스가 없는 공간이라 상상에 의지해서 만들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도 생각했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자 했다. 일남(오영수)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지은 곳이라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느낌으로 갔으면 했다. 알록달록한 계단도 나온다. 계단의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판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그림이다.

-부자가 서민을 갖고 노는 게임이란 설정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임의 설정은 클리셰처럼 많이 나온다. 2008년 처음 구상할 때 만화에 빠져 있었다. '라이어게임' '헝거게임' '도박묵시록 카이지' 등을 많이 봤다. 빚이 있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게임에 참여시키는데, 그걸 보며 이 작품을 떠올렸다. 비슷한 전제를 그런 데서 따왔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기훈의 설정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연상시킨다.

"드래곤모터스라는 가상의 회사를 다니다 해고된 것으로 나온다. 쌍용차가 레퍼런스가 된 것은 맞다. 많은 비극이 벌어진 것을 기사와 뉴스로 알고 있었다. 평범했던 기훈이란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바닥까지 가게 됐는지, 그 사건을 레퍼런스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 부분을 읽어주신 분들이 있었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의 위기에 놀릴 수 있다. 이후에는 치킨집을 하다 망했는데, 지금도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렸다. 그런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한미녀(김주령)이 육체를 재화로 삼는 설정, 보디프린팅 된 여성 도구화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중년 남성의 향수를 자극하는 설계라는 평도 있다.

"캐릭터 빌딩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한미녀는 자신의 몸을 재화로 삼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한에 놓이면 그런 일까지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여성 비하, 혐오는 전혀 없다. 인간이니까,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보디페인팅을 한 사람은 VIP가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다 여자가 아니고,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도구처럼 있다. 여성의 도구화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을 도구화해 쓰는 VIP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보디페인팅을 썼다. 중년 남성의 향수라기보다는, 제가 기억하는 7080이다. 음식, 소품, 음악 모두 7080 시절의 보편적인 것들을 가져왔는데, 남성 중심은 아니다."

-최후의 승자 세 명은 마지막 만찬을 한다. 어떤 의미인가. 그때 곁들인 로마네 꽁띠가 몇년도 빈티지인지도 궁금하다.

"식사가 양은도시락에서 시작해 점점 열약해지고 감자 한 알까지 온다. 마지막 '최후의 만찬' 같은 느낌을 생각했다. 옷도 번호표가 달린 연미복 같은 것을 입는다. 빈티지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쓰면 안 되는 숫자가 있어서 신경써서 준비했다. 실제는 아니고 다른 포도주였다."

-삼양라면도 등장해 홍보효과를 누렸다.

"넷플릭스 정책적으로 PPL을 할 수 없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어려서 생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삼양라면을 많이 먹었다. 한국 상품이 세계에 알려지면 그것도 국위선양 아니겠나. 좋게 생각한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게임 참가자들이 지내는 공간 벽에 모든 게임 스포일러가 있었다는 것이 또한 화제다. 의도는?

"그림을 뭘로 할까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여기에 게임들의 비밀을 숨겨놓자. 경쟁하며 서로를 쳐다보기에 바빠 뒤를 보지 않고 있다가 사람들이 죽고 나면 뒤에 비밀이 있다는 걸 보고 오싹해지도록. 보고 협업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승자가 됐을텐데,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초반 딱지 게임에서 선택한 딱지 색깔에 따라 참가자와 진행요원의 운명이 갈린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양한 해석을 해주신다. 저보다 창의적이다. 공유씨는 진행요원을 거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신임을 얻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빨간 딱지, 파란 딱지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심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극중 번호가 노출된 전화번호 사용자가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통장 번호도 관심을 받았다.

"없는 번호, 안전한 번호라고 썼는데 010을 붙여 전화를 하면 걸린다는 예상을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작진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해결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 번 피해를 입은 분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통장번호는 제작진 한 친구의 것이다. 연출부에서 쓰기로 하고 했다. 456원씩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라. 협업하고 썼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 계좌도 정리하기로 했다."

-기훈은 왜 머리를 빨갛게 염색했나.

"설명하기 어렵다. 작품을 준비하며 한동안 기훈으로 살았다. 이 작품을 찍어갈 무렵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훈은 일남이 죽고 나서 자신을 수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과연 이 사람은 정상으로, 이 일을 겪기 전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기훈이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평소의 기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뭘까. 기훈이 그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빨간머리에는 기훈의 분노가 녹아있다고 생각했다. 직관적으로 떠올린 것이다."

-황준호(위하준)은 죽었나.

"황준호가 죽었는지는 비밀이다. 미리 말씀드리기 어렵다."

▲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 제공|넷플릭스
-배우들도 화제다. 특히 처음 연기에 도전한 새벽 역 정호연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그 역은 미팅도 오디션도 많이 했다. 참신한 사람을 쓰고 싶었다. 어디서 갑자기 오디션 테이프가 왔는데 테이프를 보는 순간 이 친구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뭔가, 주는 모든 느낌 이미지 톤이 '이 친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못 찾다가 마지막에 테이프가 날아왔다. 뉴욕에서 찍었다고 하더라. 직접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했고, 직접 보고 확신했다. 연기 경험이 없다고 했는데 날것 같은, 야생마같은 느낌이 있었다. 신인이 가진 불안감조차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다."

-공유, 이병헌 등의 특별출연은 어떻게 성사됐나.

"공유씨는 평소에 친하게 지냈다. 개인적으로 잘 알아서 공유씨가 기분 참 좋은 자리에서 슬쩍 부탁을 했더니 바로 오케이를 했다. 그래서 갑자기 캐스팅을 하게 됐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 딱지남이 떠올라서 맡게 됐다. 병헌 선배도 좋은 자리에서 여쭤봤더니 뭐 하죠 하고, 좋을 떄 술자리에서 슬쩍 이야기해서 승낙을 받아냈다."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여러 캐릭터 중 감독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찍을 때는 일남이라고 했다. 다 설계하고 뒤에서 낄낄 웃는 사람이라고. 저는 기훈과 상우 반반인 것 같다. 기훈이 초반 지질하게 잠바 입고 다니는 것이 똑같다고도 했다. 학교를 서울대를 나와서 냉정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고 상우 같다고도 하고. 다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저의 다른 사이드가 있는 것 같다."

▲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포함해 다수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 K콘텐츠의 저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은 참 다이나믹한 나라인 것 같다. 유일한 분단국가이기도 하고 분단과 경쟁을 겪고 여기까지 온 역동적인 나라고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 그 경쟁이 작은 나라가 문화적으로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선도할 수 있는 힘이 된 것이 아닐까."

-넷플릭스 공개 이후 인기가 높다고 해서 추가수익이 없을텐데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알고 사인했다. 아쉬워하면 뭐하나. 전세계에서 오는 뜨거운 반응만으로도 창작자로서 감사하다. 뭔가 만들기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런 반응을 언제 받아보겠나. 감사하고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시즌2 계획은?

"시즌1이 너무 힘들었다. 쓰고 제작하고 연출하고 혼자서 하는 과정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걸 바로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안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도 있다. 하고싶은 영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그걸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넷플릭스 등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그(영화) 다음 단계가 아닐까 한다. 시즌1을 하면서 이가 6개가 빠졌다. 임플란트를 하고 있다. 시즌2를 하면 틀니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즌2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죄송하지만 노코멘트 하겠다. 스토리도 말씀드리기 이르다. 여러가지 방향이 열려있게 해 놔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 '오징어 게임' 스틸.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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