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 위기 상황을 넘기고 포효한 켄리 잰슨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의 역사를 쓰고 있는 마무리 켄리 잰슨(33)은 메이저리그(MLB) 역사 전체를 따져도 손에 꼽을 만한 세이브를 거둔 선수다. 2010년 MLB 무대에 데뷔한 뒤 오직 다저스에서만 정규시즌 350세이브를 수확했다.

특급 마무리인 잰슨은 사실 전체적인 포스트시즌 성적도 나쁘지는 않다. 7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 포스트시즌에서만 무려 50경기에 나간 잰슨의 가을야구 통산 평균자책점은 2.35에 불과하다. 세이브도 18번이나 했다. 그러나 세간의 기억은 이 화려한 기억과는 조금 다르다.

결정적인 순간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블론세이브를 하거나, 조마조마한 세이브를 거뒀다. 일부의 이런 몇몇 기억은 잰슨에 “가을에 약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씌웠다. 지난해에도 다저스의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선수는 잰슨이 아닌 훌리오 우리아스였다. 지난해 부진으로 막판에는 신뢰를 잃은 탓이었다.

그런 잰슨은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한때 부진하며 마무리 교체론이 들끓기도 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저런데, 포스트시즌에서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레퍼토리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다시 철벽의 면모를 되찾기 시작하더니, 7일에는 위기를 넘기며 마지막 순간 포효했다.

1-1로 맞선 9회 1사 후 에드먼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다저스 킬러 중 하나인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처리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어 오닐을 상대로는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지만, 마지막 순간 과감한 승부로 역시 삼진 처리하며 불을 껐다. 잰슨이 점수를 지킨 다저스는 9회 테일러의 끝내기 투런포로 마지막에 웃었다.

잰슨이 달라진 건 계속 떨어지기만 했던 구속이 올 시즌 소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전성기 만한 구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가 컸다. 잰슨 특유의 커터 움직임도 구속 상승과 더불어 날카로워졌다. 잰슨의 이날 커터 최고 구속은 94.3마일(151.8㎞)까지 나왔고, 평균도 93마일(150㎞)을 상회했다. 이는 정규시즌보다도 1마일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다저스는 블레이크 트라이넨, 조 켈리, 코리 크네이블 등 위력적인 우완이 불펜에 즐비하다. 예전처럼 잰슨 한 명이 모든 짐을 안고 경기 막판에 임해야 하는 사정은 아니다.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잰슨이 올해는 가을야구에서도 제대로 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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