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언프레임드'의 감독 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가 고충과 기쁨을 동시에 고백하며 뜻깊은 도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3일째인 8일 오후 2시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영화 '언프레임드'의 오픈토크가 열렸다. '언프레임드'의 감독 이제훈(블루 해피니스), 감독 박정민과 배우 강지석 김담호(반장선거), 감독 최희서와 배우 박소이(반디), 감독 손석구와 배우 임성재 변중희(재방송)이 모두 무대에 올라 부산의 관객들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언프레임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마음속 깊숙이 품고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블루 해피니스'를 연출한 이제훈은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열광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키워드를 나열해봤다. 코인, 주식, 중고거래, 데이트어플 등 욕심을 통해서 해나가는 것에 대한 부딪침, 꿈, 좌절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 글을 쓰고 연출하게 됐다. 훌륭한 스태프, 배우들이 참여해 줘서 제가 가진 역량보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한 순간이 많았다. 이런 기회에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 등 화려한 배우군단과 함께했다. '감독' 이제훈은 "정해인 배우는 얼굴 말투 행동을 머리에 입력하고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같이하자고 해줘서 떠나갈 듯 기뻤다. 감독의 자리에서 캐스팅에 대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했고, "이동휘 배우의 경우 정말 대단한 게, 주식을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고 문외한인데 진짜 아는사람마냥 너무 잘 표현해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걸 감독 입장에서 감탄하며 봤다. 현장에서 너무 즐거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제훈은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 배우 모두 연기를 너무 잘 해줬다. 인연이 됐던 배우들이 제가 연출하는 작품에 참여해줬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하는 것이 보이는 것이 첫번째였다. 배우들이 잘 보이는 작품, 그것이 조금이나마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언프레임드' 오픈토크. ⓒ곽혜미 기자
'반장선거'를 연출한 박정민은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일어나는 반장선거 이야기다. 제가 초등학교 3~4학년이었던 것 같다. 반장선거에 나온 친구와 그 친구이 친구들이 반장선거에 진심인 것을 보고 공포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 기억이 충격적으로 남아있다. TV를 보는데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를 써봤다"고 설명했다. '초딩 느와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기본적 속성은 순수함이고 때묻지 않은 면이 있지만, 제 입장에서 보면 저는 초등학교 때 그렇게 순수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지 않았을까 했다. 아이들의 세상을 조금 비틀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순수한 배우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언프레임드'의 오픈토크의 박정민(왼쪽) 강지석. ⓒ곽혜미 기자
'반장선거'에 출마한 유장원으로 분한 배우 강지석은 "'제가 이전에 했던 캐릭터와 달리 캐릭터가 세다. 여러가지로 좋은 기회였다"면서 "박정민 감독은 현장에서 열렬하게 지도를 해주셨다. 영화 속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되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 김담호는 "일단 정인호라는 캐릭터는 저와 비슷한 면이 조금 있어서 연기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저희 (박정민) 감독님은 배우가 연기를 편하게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디렉팅이 귀에 쏙쏙 잘 들어오게 말씀해 주셨다. 신에 연기가 안되면 감독님이 연기를 해주시면서 열렬하게 디렉팅을 팍팍 주셨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시간이 없어서 최단시간 안에 학생들의 텐션을 올릴 지도자가 필요했다. 같이 열렬히 구호를 외치며 촬영했다"고 부연했다. "초등학교 5학년 27명의 학생이 나온다. 저도 연출해 본 적이 없으면서 너무 큰 도전이었다. 크게 어렵겠어 생각했는데, 한 번 보였는데 잠깐 방심하면 먼 산을 보더라.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 같이 연기하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리허설을 다 같이 하는 날이 있었는데, 다 같이 할 몫을 인지하고 다음날 촬영했는데 그 시간이 의미있었다. 배우들이 집중을 잘 해줘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엉덩이가 들썩들썩 하는 분위기를 내고 싶어 힙합 음악을 생각했고, 래퍼 마미손을 찾아가 음악을 부착했다는 후문이다.

'언프레임드'의 오픈토크의 최희서(왼쪽), 박소이. ⓒ곽혜미 기자
싱글맘과 딸의 이야기, '반디'의 감독 최희서는 "3년 정도 전 쓴 시나리오가 있었다. 2년 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박소이 배우와 출연하면서 이 친구라면 그 시나리오 속 주인공을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각색을 했고 이번 기회가 되어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하게 됐다. 원래는 말을 못하는 설정이었는데 이번에는 말을 더듬는 설정으로 바꿨다. 어려운 연기지만 박소이 배우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싱글맘과 딸의 이야기다. 어쩌다 2번 연속 싱글맘 역할은 연기한 적 있다. 저에게는 아쉬웠다. 이분들의 삶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딸, 아들과 소통하는지 면밀히 보고 싶어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언프레임드'의 오픈토크의 박소이. ⓒ곽혜미 기자
딸 반디 역으로 출연한 박소이는 감독이자 모녀로 호흡도 맞춘 최희서에 대해 "저에게 정말 잘 해주셨다. 호흡을 맞춰서 연기도 잘 하고, 엄마가 저를 위해서 뭐든지 다 해주셨다. 현장에서도 그렇고 놀려고 만날 때도 그랬다. 선물도 많이 잘 해주셨다"고 웃음지었다. 박소이는 또 "모든 장면이 다 좋아 고를 수가 없다"면서 "촬영 때 불개미가 올라와서 너무 무서웠다"고 흥분해 지켜보던 시네필들의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자아냈다.

최희서는 "성인 배우 중 소이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해 제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가깝게 지낼수 있었고, 소이가 제가 더 편하기에 더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연출과 연기를 겸한 데 대해서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단시간에 소이와 좋은 케미스트리를 내고 싶어 제가 하다보니 부담이 컸다. 제가 연기한 건 모니터링할 시간이 없었다. 그럴 시간에 상대배우 테이크 한 번을 더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연기적으로는 다른 때보다 분석을 못 했던 것 같다. 목표는 저의 연기를 보여드린다기보다는 소이를 비롯해 훌륭한 배우를 담아내고 10년 20년이 지나 소이가 영화를 보면 '내가 이런 영화를 찍었구나 좋다' 하길 바랐다"며 "시간이 있었다면 배우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다음 번에는 하나만 하자 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모와 조카의 로드무비 '재방송'을 연출한 손석구는 "기본적으로 가족인데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하루 동안에 같은 목적지를 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옛날부터, 첫 연출작은 착한 영화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쓰게 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재방송'의 조카 임성재는 "감독님이 자웅동체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눈으로 말로 몸으로 해줬다. 저희 감독님도 저헤게 다 해줬다"며 "우리 현장이 더 좋았지롱"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금의 우리처럼 서툰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꾸 미끄러지지만 원하는 것은 있고"라고 덧붙였다. 노년의 이모로 분한 변중희는 "이 나이가 되면 희로애락이 많이 쌓여 있다. 젊을 때처럼 표현이 과격하지는 않다. 불태울 것처럼 사랑하든지 이를 뽑을 정도로 분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절이 되지 않을 때 감독님의 세심한 연출이 영화 연기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은 사람을 참 소중히 생각하는 분이구나, 그러니까 사람의 재산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여정을 보여주고 싶어 로드무비를 택했다. 다른 것보다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 성재 배우와 변중희 선생님 연기 스타일이 워낙 리얼하다. 그것만 신경을 쓰고 찍는 건 촬영감독님이 잘 해주셨다. 저는 한정된 예산이지만 미술이 최대한 리얼했으면 했고 연기만 리얼하면 많은 것이 보완되리라 했다. 다른 건 배우들이 잘 해주셨다"고 공을 돌렸다.

'언프레임드'의 오픈토크의 이제훈. ⓒ곽혜미 기자
감독이 된 네 배우는 저마다 다른 '데뷔'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희서는 감독이 된 점이 배우로서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스태프의 노고를 깨닫게 됐다. 그 공을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다. 손석구는 "현장 사진을 보면 제가 연기하시는 변중희 선배님 표정을 따라하고 있다. 정말 모니터 뒤에서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 1번 관객이지 않나. 정말 감독이 배우와 사랑에 빠지더라.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게 됐다. 배우로서 현장에 나가면 우두머리 감독님이 늘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엔 현장에 감녀 '아 감독님도 모르는구나, 시간을 드려야겠다, 지금 멘붕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언어로 소통이 안 되면 보여주신다. 내 상상력을 제한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그러고 있더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박정민 또한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제 자신이 창피했다. 배우 뿐 모든 스태프가 준비한 것을 컴펌해주는 자리다. 그 무게가 단편영화임에도 무거웠다. 이들이 준비한 걸 잘 만들어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지구상의 감독들을 존경하게 됐다. 그런 중압감을 버티고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감독님 말씀을 정말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이제훈은 "결과적으로 배우와 감독, 각자의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어떤 상황이든 위치든 연기를 하든, 연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언프레임드'는 오는 12월 OTT 왓챠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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