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두사미 시즌을 보낸 기쿠치 유세이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기쿠치 유세이(30·시애틀)에게 2021년은 마냥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모처럼 몸값을 하는 듯 했는데, 결국은 ‘용두사미’ 시즌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기쿠치는 전반기 16경기에서 98⅓이닝을 던지며 6승4패 평균자책점 3.48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언제든지 153㎞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에 변화구도 제구가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시애틀 선발 로테이션의 에이스라는 칭호를 받았고, 한때는 올스타 후보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큰 기대와는 달리,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4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39에 머무른 기쿠치였다. 2021년이 자존심 회복의 해가 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도 계약의 분수령을 앞둔 상황이기도 했다. 시애틀은 올 시즌이 끝나면 기쿠치의 4년 6600만 달러(약 790억 원)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기쿠치로서는 거액의 돈이 걸린 한 해였던 셈이다.

그러나 기세는 후반기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기쿠치는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며 후반기 13경기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 5.98에 그쳤다. 다시 2019년과 2020년 성적으로 돌아간 셈이다. 팀이 한창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시즌 막판에는 신뢰를 잃으며 로테이션 자리까지 위태로웠다. 결국 시즌 최종 성적은 29경기에서 7승9패 평균자책점 4.41의 평범한 수치였다.

미 CBS스포츠는 8일(한국시간) 시즌 판타지리그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기쿠치를 ‘FAKEOUT’ 선수로 뽑았다. 전반기에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기 성적이 처지며 결국은 신기루가 된 선수를 의미한다. 투수로는 기쿠치, 타자로는 제러드 월시(LA 에인절스)가 선정됐는데 두 선수 모두 기대감을 높인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온 사례들이다.

CBS스포츠는 “기쿠치는 첫 선발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1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03을 기록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그 후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22를 기록했고, 시즌 막판에는 매리너스의 로테이션에서 밀려나기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어찌됐건 기쿠치의 시즌은 끝났고, 이제 시즌은 관심은 기쿠치의 계약에 몰린다. 기쿠치는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3년은 보장이고, 4년차는 양쪽 모두 옵션이 있다. 시애틀은 4년 6600만 달러 옵션을 가지고 있다. 만약 시애틀이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기쿠치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남는다. 4년차 1300만 달러 선수 옵션을 실행하거나, 혹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 기쿠치의 계약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전반기와 같은 활약이었다면 4년 6600만 달러를 질러볼 만하겠지만, 후반기 성적이 처진 것은 회의적인 시각을 더할 수 있다. 

기쿠치에게도 1년 1300만 달러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조건이 아니다. 시애틀이 옵션을 포기한다면, 시장에서 2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노려볼 만하다. 반대로 시장 상황을 보고 사실상의 FA 1년 재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기쿠치 계약은 여러 방정식이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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