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부상 등 어려운 상황에도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는 추신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SK(현 SSG) 타선의 화두는 ‘OPS’였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을 뜻하는 OPS는 단순한 수치 합산임에도 불구하고 타자의 공격력을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SSG 타자들은 물론 리그의 거의 모든 타자들이 OPS보다는 타율이나 홈런, 타점 등 기초적인 수치에 주목하던 시기였다. 물론 OPS라는 기록을 알고는 있었지만, 선수들 사이에 박힌 ‘3할 타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당시 감독은 타율보다는 OPS가 중요하다며 선수들의 의식 전환을 바랐다.

타율과 달리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이 기본 수치다. 물론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타율과 연동이 되기는 하나 볼넷과 장타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힐만 감독은 볼넷을 통해 팀에 기여할 수 있고, 단순한 안타 하나보다는 장타 생산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타율이 떨어져도, OPS가 올라갈 수 있다면 오히려 팀에 기여한다고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그런 SSG가 올 시즌 팀 OPS에서 1위에 올랐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SSG의 OPS는 0.776으로 리그 2위였다. 1위 NC(전반기 0.808)의 벽이 견고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주축 야수들이 대거 이탈한 NC가 주춤한 사이, SSG가 OPS를 유지하며 1위 자리가 바뀌었다. 8일 현재 SSG는 0.774로 리그 1위, NC가 0.771로 2위, 롯데가 0.760으로 3위다.

사실 SSG의 타율은 0.261로 리그 평균과 일치한다. 타율이 높은 팀은 아니다. 그러나 출루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졌고, 장타가 뒤를 받치면서 공격 생산력이 좋아졌다. 추신수 최주환이 가세하고, 최정이 건재하며, 한유섬이 재기했고, 백업 선수들의 타격 또한 꾸준한 오름세를 그리고 있는 게 크다.

추신수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추신수는 올해 123경기에서 타율 0.263에 머물고 있다. 스스로도 “타율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자책할 정도다. 사실 팔꿈치 상태는 아직도 정상이 아니다. 팀이 어려운 탓에 예상보다 체력 관리도 못해줬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추신수는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이다.

그러나 출루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0.405에 이른다. 최근 8경기에서는 모두 두 차례 이상 출루했고, 7일과 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2연전에서는 안타 3개는 물론 볼넷을 5개나 골랐다. 타격과 눈이 조합된 추신수 특유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추신수 하나만의 효과는 아니다.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추신수의 타격 자세는 후배들이 다 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추신수의 타격 어프로치를 참고하려는 후배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조금 더 타석에서 공을 보고, 출루에 목적을 두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SSG의 타석당 투구 수는 3.80개로 리그 평균(3.89)보다 많이 떨어지는 리그 최하위였다. 그런데 이 수치가 올해 3.95개까지 껑충 뛰었다. 물론 공을 많이 본다고 결과가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선수들의 의식 변화가 모여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출루와 장타는 나쁘지 않으니 득점권에서 조금 더 강인한 집중력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마운드가 힘든 SSG는 이제 타선이 팀 승리를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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