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후 첫 100경기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래리 서튼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롯데는 지난 5월 11일 계약 기간이 1년 반이나 남은 허문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후임으로는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임명했다. 

사실 구단으로서는 치부를 드러내는, 굉장히 아픈 과정이었다. 허 전 감독은 성민규 단장의 선택이었고, 프런트로서는 자신들의 선택이 틀렸음을 1년 반도 안 돼 자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무성했던 감독과 프런트의 갈등을 인정하는 셈도 됐다. 구단 운영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허 감독의 경질로 공식화된 것이다. 

그러나 롯데는 성적, 그리고 관계가 더 악화되기 전에 매를 먼저 맞고 가자는 판단을 내렸다. 이 결정이 더 늦어지거나 머뭇거리면 2021년도 구단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리고 5월 11일 감독 경질과 동시에 서튼 감독에게 감독 대행이 아닌 정식 1군 지휘봉을 맡기며 본격적인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런 서튼 감독은 9월 인천 SSG전으로 딱 100경기를 치렀다. 감독은 어쨌든 결과와 성적으로 말하는 자리라면, 롯데의 선택은 옳았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부임한 5월 11일 이후 100경기에서 48승47패5무(.505)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승률로는 리그 6위다. 5월 10일까지 성적은 12승18패(.400)였다.

롯데의 기본적인 전력이 나쁘지 않았기에 그냥 갔어도 승률은 조금씩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100경기에서 5할 이상을 기록하면서 확실한 성적 상승효과를 체감했다. 서튼 감독의 체제가 완벽히 자리를 잡은 후반기에는 27승21패4무(.563)로 성적이 더 올라간다. 이 기간 승률은 두산(.578)에 살짝 뒤진 2위다.

여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구단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현장과 프런트 사이의 잡음은 새어나오지 않았고, 기존 선수들의 교통정리와 어린 선수들의 전면 등장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여기에 후반기 성적이 오르며 5위의 등번호가 보이기 시작하는 등 구단이 정상화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뭔가 ‘내년’을 기대를 걸 만한 팀이 됐다는 의미다. 어쩌면 하위권 팀에는 이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

물론 내년에는 더 큰 성적의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성민규 단장 체제도 3년차를 맞이하고, 서튼 감독에게도 ‘시즌 중도 취임’이라는 면죄부가 사라진다. 단장 3년차라면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단 사령탑 교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한숨을 돌린 롯데가 ‘5강 다툼’이라는 지금과 ‘5강 도약’이라는 내년의 목표를 정교하게 이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