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 ⓒ부산국제영화제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19 속에 초청작을 그저 상영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영화제는 올해 화려한 축제를 다시 시작했다. 1200명이 한 데 모인 개막식은 마치 '위드 코로나'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처럼도 보였다.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의 홍상수 감독 최민식, 박해일을 비롯해 봉준호 임권택 등 묵직한 감독들과 사회자 송중기 박소담을 필두로 유아인 한소희 류현경 안보현 김현주 원진아 김규리 등 스타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주말엔 내내 스크린의 스타들과 관객이 마주하는 행사가 열렸다. 영화제의 절반을 지나며 만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계속 운이 좋기를"이라며 미소지었다.

-영화제의 절반이 지났다. 우려했던 코로나19 관련 문제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계속 운이 좋기를, 방역 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오늘까지 확진자가 다녀간 적이 없는데, 그저 감사한 일이다. 어렵게 연 영화제가 아닌가. 일단 개막식에서 탈이 없어야 했다. 2m씩 거리두기가 되고록 실측을 해 가면서 1203석을 허락받았고 그보다 1180석이 채워졌다. 사고 없이 끝나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저 끝까지만 이래라. 그럼 우리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AFA(아시아필름어워드), 부일영화상 등도 잘 끝나 다행이다."

-가장 신경을 쓴 바가 있다면.

"역시 예산과 방역이 문제다. 지난해 스폰서가 없어서 적자였다. 제 경우 새로운 집행위원장, 마켓위원장이 오셨는데 제대로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다행히 올해 빚도 조금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중대본 중수본 부산시가 방역을 도와주셨다. 평소에도 경찰, 소방에서 많은 것을 도와주신다. 여러 인력이 평소보다 1.5배 투입된 것으로 안다. 지난해에는 우려로 자원활동가도 함께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모집했다. 작년의 경험도 있고 준비를 잘 했다. CCTV 등이 잘 돼 있고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비상 조처를 취할 태세가 갖춰져 있다."

-개막식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린 가장 대규모 공식행사였고 '위드 코로나'의 시험대로도 관심이 쏠렸다.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라 우리가 터닝포인트가 되면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한편으로는 '거봐라' 할까봐 겁도 났다. 일단 안도했다. 하지만 전에는 개막식만 하면 '50%는 했구나' 생각했는데 올해는 그건 아니다. 그래도 코로나가 괴롭히더니 날씨는 도와준다. 태풍 걱정을 안 하는 게 얼마만인가."

-객석점유율은 어떤가.

"좌석 점유율은 90%대로 알고 있다. 다만 연휴가 지나고 목요일까지는 다소 떨어질 텐데 추이를 봐야 한다."

-올해 영화제는 관객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는 생각이다. 아시아영화학교, 한국영화회고전 등 여전히 멈춰 있는 프로그램도 상당하다.

"맞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노력을 했고 아이디어도 많았다. 온 스크린, 액터스 하우스 등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려 노력했다. 반면 시네마 투게더 등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인들과 직접 영화도 보고 소주도 한 잔 하면서 토론하는 시간이고 중요한데 끊긴 점은 아쉽다. 아시아 친구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코로나19로 오기가 어려워 진행하지 못해 작년에 이어 아쉽다. 내년에 잘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나마 욕심낸 것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고맙다."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 영화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코로나와 동행하는 영화제는 어떨까.

"마침 베를린 집행위원장과 티타임을 하고, 칸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유럽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은 영화제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우리는 그럴 수 없지 않느냐, 영화는 작은 화면에서도 볼 수 있지만 페스티벌은 만남이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 영화제들이 공동 협력을 하자, 네트워크의 역할을 해보자' 했다. 칸 베를린 로테르담 등 몇몇 영화제가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 디지털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10년 넘게 고민해왔다, 코로나로 앞당겨졌지만. 관객과 영화인의 만남, 영화인과 영화인의 만남은 축제인데 그것은 유지되어야 하지 않겠나. 어쨌든 우리는 오프라인을 해야 한다. 그것이 영화제의 정체성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온라인을 결합시키느냐가를 공통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 기뻤다."

-정치적 문제를 겪다 정상화하려는 즈음 코로나19가 왔다. 

"내년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지 않겠나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른 데와 달리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가 바로 정비를 하려고 하는 무렵에 코로나19가 터졌다. 다른 영화제는 70년 전에 겪은 것을 우리는 25년 만에 겪었다고 생각한다. 학습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새로운 집행부와 함께 전반적으로 다시 손을 보려 한다. 10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도 신뢰감을 대외적으로 드리기도 하고, 앞으로 제대로 해보자는 데 있다. 저는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재정적 문제 등을 서포트하려 한다. CJ 롯데 등 업계와 미팅을 해보면 같이 가야한다는 데 생각이 같다. 아시아의 영화제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플랫폼을 지키고 있어야 다른 영화제가 발전한다는 입장이라면, 기업인들은 부산영화제와 공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더라. 이번 영화제에 의견을 모아 10년의 계획을 잡아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코로나가 아니라 뭐가 오더라도 본질은 변할 수가 없다. 사스도 있었고 북한 위협도 받아보지 않았나. 심지어 정치적인 것들도 지나고 보니… 여러가지를 겪다보니 모두가 같이 가는 거구나, 코로나와만 '위드'가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새롭게 영화제를 이끌고 있다.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운영위원장도 새롭게 왔고.

"두 사람이 모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매일 회의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기분이 좋다. 새로이 인력도 보충해야 할 텐데 차차 더 제대로 모양이 갖춰지지 않을까 한다."

-위드 할 것이 코로나만이 아니라는 말씀이 인상적이다. 아닌게 아니라 올해 넷플릭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가 영화제 주말 이슈를 선도하기도 했다.

"학교에 몸담으며 느낀 것은, 미래는 어떻게 스토리를 전개할 것인기가 중요하다. 마켓조차도 프로젝트 마켓, 스토리 마켓으로 가야 한다. 드라마, 영화 경계가 흐려졌고 감독과 배우도 공존한다. 그러며 새로운 장르가 생겨나야 할 것이다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관객에게도 영화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기자들이, 감독들이 와 주는데 우리는 그분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한류는 이제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를 대표하고 자처하는 우리로서 또한 기회를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처럼 선의의 경쟁을 내부에서 하다보면 또한 걸러지지 않겠나. 우린 사실 2018년부터 넷플릭스와 함께 해 왔다. 베니스영화제를 따라했다 하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다.

커뮤니티 비프가 이젠 영화보기를 넘어 만들기까지 이어졌다. 한꺼번에 15개 곳에서 동네방네 비프를 하는데, 지금은 보는 단계지만 만드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내 마을에서 내가 만들어 마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1단계라면, 나아가 음악도 공연도 하고 축제, 카니발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페스티벌이 아니라 카니발을 하면 더 재밌지 않겠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를 벤치마킹했다. 코로나19에 이것이 될까 했는데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과감하게 추진했다. 다른 예술분야와도 함꼐 가튼 것이 지역 문화에 얼마나 좋겠나. 그것을 시험해봤는데 먹히기 시작했다는 것, 나아가 행정가 정치인 사업가가 재미를 느꼈다. 올해의 성과로 꼽을 만하다.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드라마를 끌어안겠다는 의미인데, 스토리를 끌어안겠다는 획기적 발상을 내고 그것을 아시아와 함께하겠다는 생각이다. 허문영 오석근 두 사람의 첫 합작품이자 성과라 할 수 있다."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 ⓒ부산국제영화제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 하면서 한국 콘텐츠 열풍에 더 불이 붙었다.

"저희가 스토리마켓을 하겠다고 5개월째 토론을 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그 확장성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 이젠 미국에서도 받아들인다. 이제는 무르익었다고 보고, 한국 감독과 작가를 대안으로 본다. 이 가운데서도 할리우드보다 중요한 것이 아시아라고 본다. 부산이 그런 플랫폼이자 교두보이며 그걸 확실히 해야 한다고 느끼는 중이다. 크리스티앙 존 칸 수석프로그램도 그렇고 다들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하고 난리가 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것이 BTS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부산영화제가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쌍두마차였다면 이제는 한류 스토리의 플랫포이 되어야겠다 생각한다 온라인이 힘을 더해줄 수 있다. 아이디어가 중간중간 단절되는 경험을 하고보니 이젠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결론이다. 뭐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같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이 신바람이다. 모든 분야에서 기회가 온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의 10주년 계획은 어떤 내용을 담으려 하는지.

"TF를 만들어 내년 2월 발표하려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마켓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프리마켓, 스토리마켓에 집중하면서 전방위적으로 간다. 또한 아시아영화를 어떻게 지원하고 교류할 것인지 또한 담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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