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이닝 1위를 향해 달리고 있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kt)는 특이한 루틴을 가진 선수다. 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집하는 편에 속한다. 월요일 휴식일이 있는 KBO리그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사례였다.

몇몇 외국인 투수들이 미국에서 했던 것처럼 ‘4일 휴식 후 등판’을 원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결과가 썩 좋지 않아 이내 KBO리그 방식에 순응하곤 했다. 그러나 데스파이네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4일 휴식 후 등판 성적이 더 좋다. kt도 데스파이네의 방전을 우려해 몇 차례 설득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선수 루틴을 지켜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30경기 중 4일 휴식 후 등판이 총 17번이었다. 이 17번의 등판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2.50에 불과했다. 오히려 5일 휴식 후 등판시 평균자책점은 4.97, 그리고 5일 이상 휴식을 취하고 등판했을 때의 평균자책점은 5.49다. kt에서 데스파이네의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만들어주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하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

11일 잠실 LG전에서 5⅔이닝 2실점으로 시즌 11번째 승리를 거둔 데스파이네는 2년 연속 리그 이닝소화 1위를 노리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35경기에 나가 15승8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이닝(207⅔이닝)을 소화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올해도 11일까지 169이닝을 소화해 2위 드류 루친스키(NC·158⅔이닝)에 비교적 넉넉하게 앞서 있다. 시즌 마지막까지 큰 부상만 없다면 올해도 이닝 1위는 유력하다. KBO리그에서 2년 연속 최다 이닝을 소화한 마지막 사례는 헥터 노에시(전 KIA)였다. 헥터는 2016년 206⅔이닝, 2017년에 201⅔이닝을 소화해 최고 자리를 지켰다.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을 해주니 로테이션에는 부수적인 이점도 있다. 배제성 소형준 고영표 엄상백 등 국내 선수들의 등판 간격 조절이 가능해진다. 단순히 한 번이 아니라, 시즌 내내 모이면 꽤 큰 관리 효과가 생긴다. 당장 올해는 소형준이 등판 간격을 조절하면서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데스파이네의 기본적인 성적도 나쁜 게 아니다. 평균자책점에서 리그 10위, 다승 리그 공동 10위, 탈삼진 3위다. 이제 남은 건 이 컨디션을 포스트시즌까지 이어 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양상이 있었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자기 몫을 못했다. 올해는 다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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