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보다 순탄하지 않은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소형준(왼쪽)과 이민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신인왕 경쟁은 두 고졸 투수의 패기로 뜨거웠다. 끝내 신인왕에 오른 소형준(20·kt)은 물론, 이민호(20·LG) 또한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유형이 다른 두 고졸 루키의 성공은 리그 전체를 봐서도 긍정적이었다. 소형준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고졸 루키로서는 드물게 ‘커맨드’를 갖춘 선수였다.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곳에 여러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완성도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민호는 이 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소형준이 가지고 있지 않은 150㎞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졌다. 140㎞가 넘는 슬라이더도 위력적이었다. 힘으로 베테랑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찬란하게 빛났다. 구위만 놓고 보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소형준은 지난해 26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했다. 이민호 또한 20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3.69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구단과 팬들은 데뷔 시즌 무난한 적응을 알린 두 선수가 2년차를 맞이해 본격적인 에이스 수업에 들어갈 것이라 기대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소형준의 지난해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은 3.90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4.05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소형준의 FIP+는 지난해 122에서 올해 111.4로 하락했다. 이민호도 다르지 않다. 이민호의 지난해 FIP+는 104.2로 리그 평균을 소폭 상회했지만, 올해는 93.4에 그쳐 리그 평균보다 떨어진다.

안정감이 최고의 무기였던 소형준은 올해 들쭉날쭉한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조기 강판되는 경기가 많아졌다. 피안타율 0.275,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50 모두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6번에 머물렀다. 이민호는 지난해보다 피홈런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잘 던지다가도 제구 난조에 우는 경우는 여전하다.

상대의 적응도 있겠지만, 두 선수의 올 시즌 부진은 자신의 것을 100%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크다. 부족했던 부분들의 발전도 뚜렷하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이상의 성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건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두 선수의 ‘페이스업’이 필요한 건 가을야구와도 연관이 있다. 소형준은 지난해 ‘빅게임 피처’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들보다도 더 믿을 만한 투수였다. 소형준이 살아나면 kt는 강력한 구위를 지닌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려 힘으로 불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정찬헌(키움)이 이적한 LG 또한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임찬규의 뒤를 받칠 이민호의 몫이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세 명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고, 시리즈가 거듭되며 선발 순번이 꼬일 때 3~4선발이 상대 에이스를 잡아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엄청난 힘이 되기도 한다. LG가 이민호의 컨디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으로 올해를 잘 마쳐야 3년차 출발도 가벼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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