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승률 5할에 복귀한 SSG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주루는 그린라이트인데… 번트는…”

SSG는 최근 루상에서 베테랑들의 센스가 빛나 경기 흐름을 장악하는 경우가 몇 차례 나왔다. 여기에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1점을 내기 번트를 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수장인 김원형 SSG 감독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번트 지시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은 “주루는 그린라이트다. 뛰라고 사인을 줄 때는 있는데 더블스틸 등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건 주루 코치와 선수들이 호흡을 맞춰서 한다”고 설명하면서 “번트는 한 2번 정도는 선수들이 기습적으로 댔다. 내 번트 사인은 한 점을 내기 위해서 노아웃 1루 정도에 간혹 나온다. 나는 8~9회에 1점이 정말 필요할 때 번트 사인을 내는 편이다. 그렇지 않은 건 선수들이 기습으로 대는 경우”라고 말했다.

벤치의 지시와 별개로 선수들이 스스로 득점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때로는 번트보다는 치는 게 득점 생산력을 더 높일 수도 있다. 타자들도 기본적으로 번트보다는 강공을 선호한다. 공격성이 있는 까닭이다. 번트를 좋아하는 타자들은 없다.

그러나 현재 SSG 야수들은 자신이 선호를 버릴 정도의 각오가 되어 있다. 투수를 상대해보고 치는 것보다 번트가 낫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희생해 주자를 진루시키는 것이다. 김 감독도 그런 선수들의 마음을 알기에 나무라지는 않는다.

SSG는 올 시즌 선발투수들의 이탈, 그리고 수많은 부상자 탓에 고전하고 있다. 전력이 온전할 때는 단독 1위까지 치고 나갔지만 지금은 5위 싸움을 벌이는 처지다. 선발투수들의 이탈이 너무 크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10승을 보장할 수 있는 선발투수 두 명에, 부상자 기간을 합치면 외국인 선수 하나도 사실상 시즌에서 이탈해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SSG의 분전을 높게 평가한다.

이처럼 6월 이후 계속 고비를 맞이하고 있지만 일단 버티고 있다. SSG는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2-0으로 이기고 다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현재 11일 현재 키움·NC와 공동 5위다. 전력에 구멍이 너무 많은 관계로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내부의 공통적인 목표가 있다. 

사실 선수들의 컨디션도 그렇게 썩 좋지 않은 편이다. 투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젊은 선발투수들은 매 경기를 고민 끝에 풀어가고 있고, 이미 예상보다 훨씬 많이 던진 불펜투수들은 힘이 부친다.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추신수는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 한유섬은 사타구니 근육 통증이 있다. 최근 오른쪽 팔뚝에 공을 맞은 최정은 질끈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간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만이 없다. 묵묵하게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 불펜투수들은 군말 없이 경기에 대기하고, 야수들은 “오늘 뛰기 어렵다”고 말하는 선수가 단 하나 없다.

주장인 이재원은 “버티겠다. 끝까지 해보겠다”며 팀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수훈선수 인터뷰에 들어오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말을 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고,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후회는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SSG의 전력이 부족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기고자 하는 열정까지 부족하지는 않다. 선수들이 시즌을 놓지 않는다면, 팬들도 선수단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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