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시장을 앞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 기쿠치 유세이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애틀과 기쿠치 유세이(30)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복잡한 방식의 계약을 맺는다. 상황에 따라 3년 계약이 될 수도, 4년 계약이 될 수도, 혹은 7년 거대 계약이 될 수도 있었다.

3년의 계약, 즉 2021년 시즌을 마치고 선수와 구단이 모두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식이었다. 기쿠치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4300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이어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은 4년간 6600만 달러(약 790억 원)의 구단 옵션을 쥐었다. 시애틀이 옵션을 실행한다면 7년 총액 1억9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이 되는 것이었다.

반대로 시애틀이 옵션을 포기한다면 기쿠치는 4년차 1300만 달러(약 155억 원) 선수 옵션을 가지는 계약이었다. 기쿠치는 1300만 달러 옵션을 실행할 수도 있고,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 결정의 시간이 왔다. 안타깝게도 기쿠치로서는 그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시애틀 타임즈’의 라이언 디비시는 “만약 시애틀이 기쿠치의 4년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기쿠치는 시애틀에서의 네 번째 시즌에 1300만 달러를 받으며 계약의 일부를 행사할 계획”이라고 12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디비시의 보도대로라면, 기쿠치는 FA 시장에 나가지 않고 일단 팀에 남아 내년을 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후반기 성적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전반기 기쿠치는 올해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지고, 커맨드 향상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헛스윙을 유도하는 선수로 진화했다. 기쿠치는 첫 15번의 선발 등판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올스타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현지 언론들은 부활한 기쿠치를 두고 시애틀이 구단 옵션을 실행할지 궁금해 했다. 이 정도 투수라면, 연 평균 1650만 달러인 4년 6600만 달러 투자가 그렇게 아깝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고민은 역설적으로 기쿠치의 부진과 함께 사라졌다. 기쿠치는 이후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22로 부진했다. 가치를 확 깎는 수치였다.

다만 1년 1300만 달러 투수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기쿠치는 올 시즌 평균 정도의 탈삼진 비율, 그리고 평균보다 낮은 볼넷 비율을 기록했으며 땅볼 유도는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시즌 평균자책점 4.41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나쁜 성적이 아니었다.

만약 시장에 나갔다면 2년 정도의 계약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연 평균 1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3년 이상의 계약은 쉽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내년에 완벽하게 가치를 향상시킨 뒤 내년 시즌 뒤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노리는 게 금전적으로는 나을 수도 있다. 기쿠치도 이런 판단 속에 1년 재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시애틀은 전력 보강을 공언하고 있다. 2021년 개막 당시 시애틀의 팀 연봉은 약 7400만 달러 수준으로, 한창 돈을 쓸 때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현재 내년 보장된 팀 연봉이 많지 않다. 기쿠치에게 1300만 달러를 주는 게 그렇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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