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신인 포수 손성빈이 지난해 11월 4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NC와 낙동강 교육리그를 뛰고 있다. 아직 배번이 정해지기 전이라 등번호가 없는 유니폼을 입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롯데 자이언츠
-2019년 롯데와 NC가 출범시킨 낙동강 교육리그
-지난해 삼성 이어 올해 kt-LG도 참가하기로
-“승리보단 성장이 목표…신인 기량 점검도 수확”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시작은 미약했다. 그저 이웃 구단과 교류전을 통해 신진급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의도와는 다르게’ 판이 커지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절반이 참가하는 ‘2군들의 가을야구’ 이야기다.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kt 위즈와 LG 트윈스는 12일부터 교육리그 일정을 시작했다. 다음달 14일까지 상동구장과 마산구장, 경산볼파크에서 진행되는 한 달짜리 프로젝트로 2군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퓨처스리그 종료 후에도 실전 경기 경험을 추가로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무대다.

시작은 ‘낙동강 교육리그’였다. 2019년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갈 무렵 롯데는 이웃 구단 NC와 교류전을 계획했다. 2군 유망주들이 낙동강 사이를 오가며 조금이라도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도록 10경기 미만의 일정을 짰다. 지역 라이벌 의식은 잠시 뒤로하고 선수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머리를 맞댔다.

1년 뒤에는 참가 구단이 하나 더 늘었다. 삼성이었다. 그러면서 낙동강 교육리그는 경상권 지역으로 확대됐다. 경기수도 20경기까지 늘어났다.

효과는 확실했다. 1년 동안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마음껏 경기를 뛸 수 있었다. 또, 프로 데뷔를 앞둔 신인들도 부담 없이 적응도를 높여가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입단한 롯데 루키 손성빈과 나승엽이다. 많은 기대 속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은 포수 손성빈과 내야수 나승엽은 낙동강 교육리그를 통해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어깨가 온전치 않은 손성빈은 지명타자로 뛰었고, 나승엽은 주로 3루수로 나서며 일찌감치 프로의 맛을 봤다. 비록 배번이 정해지기 전이라 백넘버도 없는 유니폼을 입고 뛰었지만, 당시의 경험은 올 시즌 프로 입문의 귀중한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낙동강 교육리그의 긍정적인 측면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올해에는 그 판이 더욱 커졌다. 수도권 구단인 kt와 LG도 참가신청서를 냈다. 경상권과 멀리 떨어져있지만, 원활한 2군 운영을 위해 짐을 싸기로 했다. KBO리그 구성원의 절반인 5개 구단이 함께하는 ‘전국구 교육리그’ 탄생 과정이다.

▲ 롯데 신인 내야수 나승엽이 지난해 11월 4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NC와 낙동강 교육리그에서 상대 포수의 태그를 피해 홈을 노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그렇다면 가을철 교육리그가 지니는 유무형의 효과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놓고 현장 관계자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먼저 롯데 2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KBO리그 페넌트레이스가 11월까지 열리게 됐다. 그러면서 1군은 이때까지 계속 선수 순환이 필요해졌는데, 퓨처스리그 일정은 이달 중순이면 모두 끝난다. 따라서 1군을 오가는 2군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교육리그가 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교육리그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어 “물론 교육리그 본래의 취지는 그대로다. 우리의 경우 선수마다 미션이 주어진다. 아무래도 정식 퓨처스리그 경기는 승패가 신경이 쓰이지만, 교육리그는 이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기량 발전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신인들의 기량 점검도 수확이다. 또 다른 야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인들을 일찍 불러서 컨디션과 기량을 체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1월부터 소집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아졌다. 대신 교육리그를 뛰게 하면 코칭스태프가 신인들을 다양하게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2일 경산볼파크에서 예정됐던 롯데와 삼성의 교육리그 개막전은 최근 내린 많은 비로 그라운드 상태가 나빠져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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