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글러브급 성적으로 당당히 발돋움한 SSG 박성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까지 KBO리그 최고 유격수는 단연 김하성(26·샌디에이고)이었다. 공·수·주 모두를 두루 갖춘 김하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김하성의 미국행으로 ‘최고 유격수’를 향한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됐고, 실제 그 예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아직 유격수 골든글러브 향방은 안개가 자욱하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입후보자도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올해 첫 풀타임 유격수가 된 박성한(23·SSG)이 그 주인공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박성한이 골든글러브 후보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고, 중반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 수비 문제로 주전 라인업에서 밀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SG 1군 코칭스태프의 꾸준한 관심 속에 자신감을 되찾은 박성한은 규정타석에도 진입하며 입후보의 기초 조건을 채웠다. 성적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박성한은 13일까지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0.296, 4홈런, 36타점, 1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67을 기록 중이다. 수비도 많이 안정돼 실책(21개) 개수도 제한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후반기 51경기에서 기록한 실책은 6개로 준수한 편이다. 후반기 타격 페이스는 더 좋다. 51경기에서 타율 0.318, OPS 0.829를 기록했다.

일단 공격 지표에서 가치가 돋보인다. 규정타석을 채운 유격수 중 타율은 김혜성(키움·0.306)에 이은 2위다. 출루율(.376), OPS(.767)에서는 모두 1위다. 이는 박성한이라는 후보의 연설 용지를 채울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속을 더 들여다보면 가치는 더 빛난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박성한은 대표적인 세이버매트리트 지표인 가중출루율(wOBA)과 조정공격생산력(wRC+)에서도 모두 유격수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수준을 시즌 끝까지 이어 갈 경우, 적어도 공격에서는 리그 그 어떤 유격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의미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박성한과 견줄 수 있는 하주석(한화)과 김혜성보다 유격수 수비 이닝은 오히려 더 많다. 시즌 초반 실책이 다소 많았던 건 아쉽지만, 수비율에서 크게 뒤지는 건 아니다. 수비율에서 하주석은 0.963, 박성한은 0.956, 김혜성은 0.946이다. 딕슨 마차도(롯데), 오지환(LG), 심우준(kt) 등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들은 상대적으로 공격에서 처진다.

올해 수상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직 만 23세의 선수다. 공격에서 현재 페이스를 잘 이어 가고, 현재의 수비를 내년 시즌 시작부터 보여준다면 내년에는 진정한 골든글러브 후보로 레이스를 주도할 만한 선수가 될 수 있다. SSG는 아직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배출한 역사가 없다. 군 문제까지 모두 해결한 박성한에게 큰 기대가 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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