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명예의 전당 피투표권을 얻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오른쪽)와 데이비드 오티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근래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역시 ‘약물’이다. 2000년대 초, 이른바 ‘스테로이드의 시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은퇴한 뒤 피투표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MLB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약물 논란’에 휘말려 아직까지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했다. 2021년 투표에서 본즈는 61.8%, 클레멘스는 61.6%에 그쳤다. 입성 기준인 75%에는 많이 모자라는 수치였다.

본즈와 클레멘스의 득표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올라오기는 했다. 그러나 60% 수준에서는 더 오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선수에게는 투표하지 않는다”는 40%의 투표인단이 콘크리트처럼 버티는 셈이다. 두 선수는 올 시즌이 끝나고 진행될 2022년 명예의 전당이 투표 10년차다. 이번에도 입성하지 못하면 피투표권이 상실된다.

투표인단의 성향을 고려하면 두 선수의 입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2022년 투표부터 약물 의혹이 있는 또 다른 선수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역시 성적만 놓고 보면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가야 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보스턴의 아이콘이었던 데이비드 오티스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현역 시절 ‘약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중에서도 실제 징계로 2014년을 모두 날린 적이 있는 로드리게스의 득표율이 관심이다. 로드리게스는 MLB 통산 2784경기에서 타율 0.295, 696홈런, 2086타점을 기록한 강타자 중의 강타자다. 말년의 좋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통산 조정 OPS(OPS+)가 140에 이른다. 최우수선수(MVP)만 세 차례 수상한, 한때 MLB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고민에 빠지는 투표인단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드리게스에게 투표를 하면, 자연히 본즈와 클레멘스에게도 면죄부가 생기기 때문이다. 약물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그만큼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오티스도 마찬가지다. 오티스는 로드리게스만큼 비난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보스턴 지역 외에 가면 여전히 눈총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여기에 누적 성적은 로드리게스만 못하다. 

로드리게스-오티스라는 딜레마 덕에 본즈와 클레멘스의 투표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년차, 마지막이라는 점에서도 동정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본즈와 클레멘스가 극적으로 명예의 전당에 합류한다면, 로드리게스 또한 이 무대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서로 얽혀 있다. 올해 투표율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한편 2022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는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들이 입후보한다. 두 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팀 린스컴, 통산 409홈런에 빛나는 마크 테세이라, 2007년 리그 MVP에 화려한 수비를 자랑했던 지미 롤린스, 2006년 MVP로 통산 382홈런을 기록한 라이언 하워드, 통산 368세이브를 기록한 조나단 파펠본 등이다.

첫 턴부터 들어갈 선수가 많지는 않다는 평가로, 결국 1년차 득표율이 어느 선에서 형성되느냐가 추후 입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21년 투표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71.1%)을 얻었으나 역시 10년차 마지막 해에 이른 커트 실링의 극적인 승선 여부도 관심이다. 2021년 투표에서는 입성자가 없었고, 2020년에는 데릭 지터(1년차·99.7%)와 래리 워커(76.6%·10년차)가 헌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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