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정해영(왼쪽)과 최준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부진한 성적에 고민이 많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지만, 한 선수의 이야기에는 밝은 어투와 함께 말이 조금 길어졌다. 팀 마무리로 묵묵하게 뒷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정해영(20)에 대한 질문이었다. 

2020년 KIA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정해영은 2년차인 올해 팀의 마무리로 승격해 화려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15일까지 56경기에 나가 57⅓이닝을 던지면서 5승4패27세이브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 중이다. 오승환(삼성·40세이브), 김원중(롯데·32세이브), 김재윤(kt·30세이브), 고우석(LG·28세이브)에 이어 리그 5위다.

2년차 선수라는 점에서 더 대단하다. 마무리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굉장히 큰 자리다. 기량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선수들, 특히 고졸 2년차가 자리 잡고 좋은 성과를 내기가 힘든 포지션이다. 그러나 정해영은 그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 만 20세 이하 투수가 27세이브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2009년 이용찬(당시 두산·현 NC)의 26세이브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사실 정해영이 마무리를 맡은 시작 시점으로 돌아가면 부상으로 연쇄적인 효과가 나오며 마무리로 들어갔다. 갑자기 기회가 왔다”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였겠지만 너무나도 훌륭하게 맡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고생해주고 역할을 맡아주고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호평했다.

특히 멘탈적인 부분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사실 성공은 주로 자신감에서 나오고 자신감으로부터 따라오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정해영에게 기회가 돌아갔는데, 또 반대로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 “사실 어린 나이인데, 어린 나이에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고 정해영의 준비 자세나 강한 멘탈을 칭찬해주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정해영이 세이브에서 금자탑을 쌓고 있다면, 정해영의 동기이자 2020년 롯데의 1차 지명자인 최준용(20)은 홀드에서 묵묵히 기록을 향해 가고 있다. 최준용은 시즌 39경기에서 19홀드,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 중이다. 역시 강력한 구위와 두둑한 배짱으로 무장했고, 이제는 팀의 8회를 지우는 특급 셋업맨으로 주가가 치솟고 있다.

최준용 또한 리그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신인 자격을 가진 선수의 홀드 1위 기록은 2007년 임태훈(두산)의 20홀드다. 2년차이기는 하지만, 최준용은 지난해 29⅔이닝을 던져 신인 자격을 갖추고 있다. 최준용은 앞으로 두 개의 홀드만 더 추가하면 신인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리그에 젊은 투수들이 크지 않는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시대다. 물론 투수들의 발전이 타자들의 발전에 비해 다소 더딘 감은 있다. 그러나 정해영 최준용의 사례는 물론, 원태인(삼성) 이의리(KIA) 등 젊은 투수들의 약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미래가 암울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선수들은 10년 전보다 분명 늘어났다. 잘 키우고, 잘 가꾸고, 또 미래를 잘 준비하면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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