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의 임상협이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나고야 그램퍼스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3-0 승리에 기여하고 4강 티켓을 팀에 선물했다. ⓒ연합뉴스
▲ 포항 스틸러스의 임상협이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나고야 그램퍼스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3-0 승리에 기여하고 4강 티켓을 팀에 선물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12년 만에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오른 포항 스틸러스의 힘은 역시 베테랑이었다.

포항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ACL' 8강 나고야 그램퍼스(일본)전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승모가 1골 1도움, 임상협이 2골을 넣으며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이후 12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서 나고야에 0-3 패배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포항이었다. 부상자가 많은 상태로 6월에 풀리그로 열렸던 조별리그를 치렀고 2위로 16강에 올랐다.

자존심이 상할법했지만.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16강에서 1-0으로 승리하며 50%의 아쉬움을 털었다. 그래서 다시 만난 나고야전은 소위 복수혈전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패했던 기억을 분명하게 털어야 했다.

꼬인 실타래를 푼 이는 꽃미남 임상협이었다. 임상협은 조별리그 랏차부리(태국),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전에서 골맛을 봤다. 하지만, 나고야와 두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섰지만, 침묵했다. 좋은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컸고 승리에 대한 열망이 컸다.

다시 성사된 나고야와의 한일전에서 임상협은 밀리지 않았다. 속도를 죽이면서도 공간을 향한 영리한 침투는 이어졌고 후반 4분 이승모의 슈팅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침착하게 차 넣었다. 골대 앞에서 허공으로 슈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침착한 골이었다.

임상협의 골은 포항이 좀 더 편안하게 경기를 하는 효과로 작용했다. 25분 이승모의 골은 임상협이 절묘한 움직임으로 수비의 시선을 유도하며 골망을 흔드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이후 임상협은 추가시간 신진호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추가골을 완성했다.

전방에서 임상협이 능력을 발휘했다면 중원은 신진호가 있었다. 신진호는 공수 연계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나고야 공격을 끊는 투쟁력에 전방을 향한 도전적인 패스를 넣어줬다.

ACL 경험이 풍부한 신진호는 흐름을 바꿀 능력이 있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준의 골킥이 팔라시오스의 머리에 닿아 발 앞에 떨어지자 앞으로 침투하는 이승모를 보더니 로빙 패스를 했다. 애매하게 떨어지는 볼에서 경합 상황을 유도했고 이는 성공했다. 이승모가 먼저 볼을 소유해 김민태를 밀어내고 슈팅해 골을 터뜨렸다.

신진호가 공간을 장악하면서 나고야의 패스는 막혔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임상협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신광훈의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도 돋보였다. 조별리그에서 포항에 해트트릭을 했던 야쿱 스비에르초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 수비하며 볼을 잘라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신진호의 볼 배급을 원활케 하는 청소부였다.

신광훈의 원포지션은 왼쪽 측면 수비수였지만, 강상우가 있어 김 감독이 원한 포지션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나고야는 신광훈의 왕성한 움직임에 공격의 맥이 끊기며 허망하게 패했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이) 포항의 정통성을 알고 있고 토너먼트 등 중요한 순간에 저력이 나오는 것 같다"라며 포항 정신이 4강 진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베테랑 3명이 포항 정신을 이끌었다는 뜻이다. 이들의 존재로 포항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울산과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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