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단판 승부에서 수비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를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보여줬다.
울산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2021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서 연장 혈투를 벌여 3-2로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운명처럼 20일 같은 장소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가 성사됐다.
이날 홍 감독은 수비에 힘을 주면서 전북의 공격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을 유도했다. 홈이점을 안고 있는 전북이 구스타보를 최전방에 내세웠기 때문에 공중볼 경합에서만 이겨준다면 볼 소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설영우-김기희-불투이스-김태환으로 수비를 구성했다.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앞선에 원두재에 윤일록, 윤빛가람을 뒀는데 윤빛가람이 좀 더 수비에 힘을 주면서 전진 패스가 필요한 순간에는 묵직하게 찔렀다.
전북은 이를 알면서도 과감하게 파고들지 못했다. 패스를 시도하다 잘려 공격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김보경이 볼을 소유해 뿌렸지만, 앞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결국 13분 바코가 볼을 소유하자 거침없이 페널티지역 안으로 파고 들며 전북 수비를 흔들었고 선제골로 연결했다. 바코가 순식간에 들어오는 것을 전북 수비진은 멍하니 보고 있었다. 송범근 골키퍼가 움직이지 못하고 바라본 것은 덤이었다.
이후 울산은 틈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전반 종료까지 1-1을 유지하다 전북의 중앙을 재차 공략했고 추가시간 설영우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패스한 것이 오세훈에게 닿아 뒤로 흘렀고 윤일록의 골로 다시 우위를 점했다. 여전히 덜 익었다는 평가와 마주한 송범근 골키퍼의 펀칭 실수가 낳은 골이었다.
후반 시작 후 3분 만에 쿠니모토에게 실점한 뒤에는 수비를 더 견고하게 구축했다. 불투이스와 박용우는 전북의 공격을 차단하려 심리전을 가했고 경고를 받으면서도 힘을 잃지 않았다.
2-2로 연장전이 이어지면서 심리적인 우위는 전북이 아닌 울산에 있었다. 전북 팬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전북이 이주용, 류재문을 넣자 노련한 이청용으로 대응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연장 전반 11분 이동경의 골이 터진 뒤에는 전북에서 뛰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과 중앙 수비수 임종은을 넣어 수비를 더 두껍게 세웠다. 다급한 전북은 이용, 이유현을 넣어 측면 속도를 높였지만, 울산은 중앙 미드필더 김성준을 투입하며 전북이 롱패스나 크로스로 일류첸코나 구스타보 머리에 닿아 리바운드 볼을 소유해 슈팅하려는 것을 철저하게 막았다.
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울산의 3-2 승리, 홍 감독은 "전북이 잘하는 몇 가지 공격 방식이 있는데 선수들과 다 공유했다. 우리가 예측한 공격 방법대로 (볼이) 들어왔다. 선수들이 준비대로 오늘 경기에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라며 최선의 대비로 얻은 승리임을 강조했다. 철저한 예측으로 얻은 귀중한 4강 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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