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포수 최재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페넌트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올겨울 FA 시장과 관련된 이야기꽃도 활짝 피어나고 있다. KBO리그 유턴이 임박한 양현종의 귀국을 기점으로 초대형부터 중형 FA들의 면면을 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격전지는 역시 외야다. 김현수와 나성범, 손아섭, 김재환, 박건우, 박해민 등 국가대표 중심타자들이 즐비하다. 또, 양현종과 백정현, 황재균, 정훈 등 투타 핵심 자원도 올 시즌이 끝나면 FA 신분이 된다.

안방에선 단연 강민호가 돋보인다. 2017년 말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고 삼성 라이온즈로 떠난 강민호는 FA 신청을 앞둔 올해 116경기에서 타율 0.303 16홈런에서 활약하며 주가를 다시 높이고 있다.

그러나 ‘예비 FA’ 포수진에는 강민호가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화 이글스의 ‘2번 안방마님’ 최재훈도 알짜 계약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2017년 4월 두산 베어스에서 트레이드된 뒤 한화의 주전 포수로 도약한 최재훈은 올 시즌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포수로선 드문 2번 타순을 맡아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다.

한화의 올 시즌 마지막 kt 위즈전이 열린 1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도 최재훈의 이름은 여러 차례 언급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최재훈 이야기가 나오자 “먼저 FA 사인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올해 처음 한화 지휘봉을 잡은 수베로 감독은 독특한 실험을 택했다. 최재훈의 2번 기용이었다. 발이 느린 포수지만 출루율이 높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는 성공이었다. 최재훈은 2번 타순에서 타율 0.29과 출루율 0.426을 기록하며 리드오프 정은원과 함께 군침 도는 밥상을 차렸다. 이날 kt전에서도 2번 포수로 나와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고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최재훈의 기록은 냉정히 말해 그리 월등한 수준은 아니다. 113경기 타율 0.275 7홈런 41타점 51득점. 그런데 출루율은 이야기가 다르다. 무려 0.407. 한화 타선에선 단연 1위이고, KBO리그 전체로 봤을 때도 7위로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최재훈의 가치가 증명되는 대목이다.

경기 후 만난 최재훈은 “처음에는 2번 출전이 힘들었다. 포수가 2번을 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달리기가 안 돼서 뒤 타자들이 안타를 쳐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니 동료들에게 미안했다”면서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나는 장타를 때리는 타자가 아닌 만큼 주자가 한 베이스라도 진루할 수 있도록 치겠다는 마음뿐이다. 또, 주자가 없을 때는 출루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다만 FA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앞서 수베로 감독이 FA 계약이 우선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아직 구단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한때 양의지라는 그늘 아래서 오랫동안 백업 포수의 길을 걸었던 최재훈. 시간이 흘러 어엿한 주전이 된 최재훈은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