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의 일치일까. 이물질 단속 후 큰폭으로 성적이 떨어진 게릿 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뉴욕 양키스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창 주가를 드높이고 있었던 게릿 콜(31)에 9년 3억2400만 달러(약 3846억 원)를 투자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콜이 양키스를 영광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 믿었다.

사실 투수에게 9년 계약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고, 덩달아 역대 투수 최고액으로 기록된 역사적인 계약이었다. 그런 콜은 지난해 12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2.84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고, 올해 전반기에도 다소 들쭉날쭉한 감은 있었지만 무난한 투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물질’ 논란이 불거졌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올 시즌 중반으로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하겠다고 천명했다. MLB 공인구는 미끄러운 편이고, 이 때문에 투수들은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파인타르나 선크림과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을 사용하는 게 관례였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 팀 선수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일 정도다.

공교롭게도 MLB 사무국이 단속에 나선 이후 분당회전수(RPM)가 급감하거나, 혹은 제구가 흔들리는 선수들이 나타났다. 콜도 그중 하나였다. 콜 역시 피츠버그에서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 RPM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에 이물질을 사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였다. 실제 단속 이후 콜의 RPM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다. 콜은 논란이 불거진 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인터뷰를 했다.

이후 역동적인 투구와 실망스러운 투구 사이를 오가던 콜은 시즌 30경기에서 181⅓이닝을 던지며 16승8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보스턴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이닝 2피홈런 3실점으로 무너지며 양키스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3억2400만 달러를 투자한 투수에게 기대한 투구는 아니었다.

음모론자들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중립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이들도 기록 저하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ESPN의 폴 헴버키데스는 콜의 첫 11경기 평균자책점은 1.7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83, 그리고 11경기에서 허용한 홈런은 단 5개였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20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4.31, WHIP 1.23, 그리고 21개의 홈런을 맞았다고 의심했다.

그는 “MLB 사무국의 단속은 6월 3일부터 시작됐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첫 11경기는 모두 5월까지의 등판이었다. 개인 마지막 20경기 일정이 6월부터 시작됐는데 공교롭게도 이물질 단속 이후 성적이 뚝 떨어졌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포스트시즌에서 실망스러운 등판이 끝난 뒤 “단속 후 성적을 보면 모르나”라고 가세했다.

물론 콜이 이물질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결정적인 제보가 있지 않은 이상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아마도 뉴욕 양키스 또한 영입 당시 이 문제를 확인했을 것이다. “쓰지 않는다”라고 확신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관례처럼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만약 후자라면 양키스도 난감한 상황에 몰린다. 콜과 계약 기간은 무려 7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첫 5년 내에 투자 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을 양키스로서는 3점대 초중반의 성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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