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신인왕을 놓고 경쟁하는 KIA 좌완투수 이의리(왼쪽)와 롯데 우완투수 최준용. ⓒ곽혜미 기자,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멀게만 느껴졌던 종착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페넌트레이스 폐막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남짓. 그런데도 우승은커녕 가을야구 그리고 개인 타이틀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 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유력 후보군은 정해졌다.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이의리(19)와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최준용(20)이 마지막 유세전을 앞두고 있다.

이의리는 올 시즌 초반부터 몰아친 루키 돌풍의 주역이었다. 곧장 개막 엔트리로 입성하더니 선발 로테이션까지 꿰차며 KIA의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면서 전반기 14경기에서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로 존재감을 뽐냈다.

광주일고 시절 강릉고 김진욱, 대구상원고 이승현과 함께 고교 좌완 빅3로 분류됐던 이의리는 이러한 호투를 앞세워 7월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까지 달고 뛰었다. 그리고 동기생 김진욱과 함께 알토란 활약을 펼치며 주가를 높였다.

도쿄올림픽까지 무사히 마친 이의리는 그러나 후반기 들어 주춤했다. 2패를 떠안는 사이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또, 9월 12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이후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다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잠시 신인왕 1순위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최준용이다. 사실 최준용은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인왕 레이스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데뷔 2년차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5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6월 말 복귀한 최준용은 후반기 돌입과 함께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무서운 속도로 홀드를 쌓았다. 전반기 성적은 7홀드였지만, 후반기 들어 12홀드를 추가하고 이의리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했다.

좌완 선발 이의리와 우완 불펜 최준용은 성적에서부터 차별점이 도드라진다. 먼저 이의리는 19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94⅔이닝 38자책점)을, 최준용은 40경기 3승 2패 1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1(43⅓이닝 14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전체적인 지표만을 놓고 봤을 때는, 최준용이 한발 앞선 느낌. 그러나 최준용은 데뷔 2년차, 이의리는 순수 신인이라는 점에서 표심은 갈릴 수 있다.

결국 신인왕의 향방을 정할 포인트는 하나다. 마지막 임팩트다. 그런 점에서 이의리의 복귀와 최준용의 20홀드 달성 여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가락 부상 후 재활에만 매진했던 이의리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복귀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한 달 넘게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이의리로선 복귀 후 얼마나 강한 인상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의리는 라이브 피칭 후 선발 등판을 목표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만들어지면, 선발로 다시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귀전 호투는 곧 신인왕 굳히기가 될 수도 있다.

이와 맞서 최준용은 20홀드 돌파 그리고 21홀드 달성이 관건이다. 현재 19홀드를 기록 중인 만큼 20홀드는 어렵지 않은 상황. 만약 2007년 임태훈이 기록한 신인 최다 20홀드까지 뛰어넘는다면 표심을 자극할 여지가 생긴다.

현재 KIA와 롯데는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각각 11경기와 8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가을야구가 멀어진 상황에서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줄 가능성은 높다. 또, KIA와 롯데 모두 1986년 이순철과 1992년 염종석 이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한 터라 어느 때보다 타이틀이 목마르다.

올 시즌 KBO리그는 유독 걸출한 대형 루키들의 등장으로 달궈졌다. 고교 무대에서 자웅을 겨뤘던 투타 유망주들이 대거 입문하면서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신인왕 경쟁을 예고했다. 입단 계약금만 9억 원을 받은 장재영을 시작으로 신인 야수 최고 계약금 타이를 기록한 나승엽, 고교 최고 좌완으로 꼽힌 김진욱 그리고 잠실벌 라이벌로 맞선 안재석과 이영빈 등 화려한 면면의 루키들이 신인왕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이처럼 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최종 레이스까지 살아남은 실질적 입후보자는 기호 1번 이의리와 기호 2번 최준용뿐이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마지막 무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보름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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