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는 오태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원형 SSG 감독은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던 NC와 창원 원정에서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어쩌다보니 유독 기회를 못 얻었던 한 선수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팀의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오태곤(30)에 대한 생각이었다. 박성한을 비롯, 이정범 이현석 최항 등 젊은 선수들은 그래도 2~3경기씩 선발 출전 기회를 주며 실험을 했던 김 감독이었다. 그런데 기록을 돌이켜보니 오태곤에게는 유독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았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 

김 감독은 “오태곤은 2~3경기 꾸준하게 스타팅 기회를 못 받았던 느낌이 들었다”면서 “어떻게 하다보니 수비 위주의 백업 선수가 됐다. 타격 출장 기회도 적었다. 대타로 나가면 타자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태곤이도 한 번 (주전) 기회를 주면 어떨까 싶었다”고 떠올렸다.

열심히 한 선수였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SSG 유니폼을 입은 오태곤은 캠프 때부터 의욕이 넘쳤다. 주전 좌익수를 놓고 고종욱 정의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오태곤은 1루까지 소화할 수 있고, 발도 빠른 편이라 김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제주 캠프가 마무리될 때쯤 팀이 추신수를 영입했고 오태곤의 자리도 그렇게 사라졌다.

활용성을 고려해 개막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군에 가지 않았던 오태곤이지만, 대부분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1루에는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이 있었고, 외야 대수비 1순위는 김강민이었다. 100경기에 넘게 나섰는데 정작 타석은 200타석도 되지 않았다. 내색은 안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의 좌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오태곤이 최근 SSG의 ‘조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로맥의 목 부상으로 자리가 생겼고, 김 감독은 캠프 때부터 최선을 다한 오태곤에게 주전 1루수를 맡기며 꾸준한 기회를 주고 있다. 결과는 알토란같은 활약이다. 오태곤은 본격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기 시작한 10월 이후 13경기에서 타율 0.280, 3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3의 성적으로 팀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팀에 여유를 제공하는 홈런이나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타점이 적지 않았다. 10월 이후로만 따지면 총루타 수(24루타)에서 한유섬(25루타)에 이은 팀 내 2위고, 도루도 네 개를 보태며 팀에 기동성도 제공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특별히 흠을 잡을 곳이 없다. 

특히 지난 주말 사직 원정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16일 경기에서는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3득점 1도루로 활약했고, 17일 더블헤더 1경기에서도 6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인 로맥이 복귀했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 오태곤을 뺄 이유가 전혀 없는 모양새다. 그토록 원했던 '기회'가 왔다. 심리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던 오태곤이 그간의 울분을 깨끗하게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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