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우완투수 노경은이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평가전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원,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 정호진 2군 감독은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낙동강 교육리그’ 평가전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날의 선발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들은 뒤였다.

정 감독은 “오늘 선발은 노경은이다”면서 “1군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인데, 2군에서도 정말 열심히 한다”고 웃었다.

노경은은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아픈 손가락과도 같았다. 지난해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최대한 지켰지만, 올 시즌에는 14경기만을 소화했다. 1군보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최근 상황 역시 좋지 못했다. 노경은은 9월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⅓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실점을 끝으로 다시 2군으로 내려간 뒤 1군 콜업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노경은은 공을 놓지 않았다. 2군에서 계속 등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날에도 3이닝 2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을 기록했고,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경기 후 만난 노경은은 “투구폼을 바꾸고 있다. 최근 구속이 떨어져서 두산 베어스 시절의 짧은 팔스윙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경쟁력이 계속 낮아지니까 변화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오늘은 최고구속이 146㎞까지 나와서 만족스럽다. 일단 이 정도의 구속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을 끝으로 FA가 됐던 노경은은 그해 겨울 아픔을 겪었다. 롯데와 계약이 지지부진했고, 다른 구단 이적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무적선수 신분으로 2019년을 보내야 했다.

호주 질롱 코리아 등에서 어렵게 현역 생활을 이어간 노경은은 2019년 11월 다시 KBO리그로 복귀했다. 롯데와 2년 11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이 계약이 만료된다.

노경은은 “먹고 살아야 한다”며 지금의 심정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내년에도 당연히 롯데에서 뛰고 싶다. 비록 지금은 1군 전력에서 배제됐지만, 언제든 올라갈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노경은은 “2019년을 거의 통째로 쉬면서 아픔이 컸다. 다시는 그러한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정호진 감독은 “노경은은 자기 것을 잃지 않으려 하는 선수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발전하려는 노력도 함께 보인다. 이는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데뷔해 정상과 밑바닥을 모두 경험한 노경은. 또 다른 과제를 앞둔 37살 베테랑은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운동뿐이다. 다행히 몸 하나는 자신 있다”고 미소를 지은 뒤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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