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신인 내야수 나승엽(왼쪽)이 지난해 11월 4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NC와 낙동강 교육리그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진의 태그를 피해 홈을 노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고봉준 기자] “가끔은 1군 경기보다도 재미있다니까요.”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2군 평가전이 열린 20일 마산구장. 경기가 끝난 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승패의 의미는 크지 않지만, 성장과 재기의 묘미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퓨처스리그는 13일 함평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끝으로 종료됐지만, 많은 구단들은 아직 2군 실전이 한창이다. 인접한 수도권 혹은 지방 구단들이 계속해서 평가전을 치르는 가운데 이른바 ‘낙동강 교육리그’라고 불리는 남부 지역 연습경기도 2군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롯데와 NC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가 주축이 됐던 낙동강 교육리그는 올해 LG 트윈스와 kt까지 더해 5개 구단이 함께하는 교육리그를 12일부터 진행 중이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상동구장과 마산구장, 경산볼파크에서 다음달 14일까지 평가전이 펼쳐진다.

교육리그의 큰 목표는 2군 선수들의 실전 감각 향상이다. 60명 가까이 속한 2군에서 그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던 유망주들이 승패의 부담감이 적은 교육리그를 통해 마음껏 재능을 뽐내게 하겠다는 취지다.

롯데와 NC의 경기가 열린 20일 마산구장에서도 낯선 이름의 선수들이 대거 얼굴을 드러냈다. 비록 공식기록원도, 응원하는 관중도 없지만 이들은 내년 도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2군 사령탑들은 모두 교육리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NC 유영준 2군 감독은 “올 시즌에는 도쿄올림픽과 코로나19로 1군 페넌트레이스가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그런데 2군은 이미 경기가 끝난 상태다. 순위싸움이 한창인 우리로선 1군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교육리그를 통해 2군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리그가 없으면 2군은 두 달 가까이를 실전 없이 쉬어야 한다. 가끔 평가전은 잡을 수 있겠지만, 긴장감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리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롯데 정호진 2군 감독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 감독은 “대부분의 구단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는 교육리그에서 선수들에게 미션을 제공한다. 투수는 투수대로, 야수는 야수대로 각자 주어진 임무를 얼마나 수행하는지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 롯데 정호진 2군 감독이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평가전을 앞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창원, 고봉준 기자
베테랑 선수들의 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정 감독은 “1군 전력에서 잠시 제외된 베테랑들도 교육리그를 뛴다. 부상이 있거나 최근 부진한 선수들이 몇몇 있는데, 이들이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겐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의 경우 내년도 입단이 예정된 17살 루키 김서진을 시작으로 37살 베테랑 노경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수들이 함께 교육리그를 뛰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흥미로운 선발투수 맞대결이 벌어졌다. 롯데는 노경은이, NC는 19살 신인 이용준이 선봉장을 맡았다. 그리고 노경은은 3이닝 2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이용준은 4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각각 호투했다.

경기 역시 흥미진진했다. 롯데가 4회초 먼저 1점을 뽑은 가운데 NC가 곧바로 이어진 4회 공격에서 천재환의 좌월 2점홈런 등을 앞세워 3-1 리드를 잡았다. 롯데 역시 5회와 6회, 7회 계속 점수를 내며 전세를 다시 5-3으로 뒤집었지만, NC 타선이 7회 3점을 뽑아 6-5 승리를 가져갔다.

평가전 후 다시 만난 NC 유영준 2군 감독은 “오늘 경기에선 앤드런 작전이 미션으로 주어졌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수행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계속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웃었다.

경기를 승리로 마친 NC 선수들은 게임 직후 휴식 없이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그리고 김민호 타격코치가 던져주는 배팅볼을 수십 개씩 때려낸 뒤에야 퇴근길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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