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SK 시절의 닉 킹엄과 올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닉 킹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지난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는 닉 킹엄(30·미국)이라는 이름의 외국인투수가 있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148경기에서 45승 44패 평균자책점 3.5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써낸 선수. SK는 “신장 196㎝·체중 106㎏이라는 건장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최고구속 154㎞의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가 모두 뛰어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킹엄은 너무나도 빠르게 실패를 맛봤다. 시범경기 기간부터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이는 개막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2경기에서 2패만을 기록한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모두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킹엄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다시 불리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가 새 외국인투수로 킹엄을 낙점하면서였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된 외국인투수가 다시 KBO리그로 돌아온 사례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SK 시절부터 킹엄을 눈여겨봤다. 팔꿈치 부상이 있지만, 재활을 잘 소화했고, 현재 정상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판단해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본인 스스로 달라지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있었다. 개명이었다. 올 시즌 개막 전 한화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킹엄에게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등록명을 킹엄이 아닌 킹험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킹엄은 “킹험이라는 이름이 본래 발음과도 더 비슷하다. 새로 출발한다는 의미도 좋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새 이름을 얻은 킹험은 마운드에서 전혀 달라진 투수가 됐다. 올 시즌 내내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24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04로 활약 중이다.

후반기 들어선 최고의 투구도 나왔다. 킹험은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7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했다. 비록 타선의 침묵 속에서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기록한 7이닝 무실점 투구였다.

롯데 타자들이 좀처럼 공을 맞히지 못한 하루였다. 시속 140㎞ 중후반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포크볼과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운 킹험은 6회말 2사 1루에서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노런도 기록했다.

2패 투수에서 10승 에이스가 된 킹험은 이제 한 차례 정도 더 등판하면 올 시즌을 마치게 된다. 관심사는 재계약 여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한화에서 14승의 김민우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쌓은 만큼 KBO리그 잔류 희망은 어느 때보다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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