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실격. 제공ㅣJTBC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인간실격’이 여운 속 엔딩을 맞았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이 24일 막을 내렸다. 부정(전도연)과 강재(류준열)는 기약 없는 작별 후 다시 운명처럼 재회했다. 따스한 미소를 나누는 두 사람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은 긴 어둠을 뚫고 나온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엔딩을 전했다.

‘인간실격’은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슴 시리지만 따스하게 스며드는 위로와 감동을 안겼다. 어느덧 인생의 내리막길 앞에 선 부정의 ‘상실감’은 현실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아직 갈 길을 한참이나 남겨두고 가파른 오르막길 앞에 선 강재의 ‘두려움’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각자의 크고 작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자격’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하고, ‘실격’한 인생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마지막까지 감성의 깊이가 다른 열연을 펼친 전도연, 류준열에게도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이날 부정은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했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창숙(박인환)도, 아란(박지영)으로부터 도착한 사진도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짐을 챙기러 와서도 강재가 있을 ‘끝집’으로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부정이었다. 바로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딸 부정이 세상의 전부이자 유일한 자랑이라던 창숙. 그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습에 이어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하루도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어떻게 남은 날을 살아가야 좋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제게 세상에 태어나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내내 눈으로, 몸으로, 삶으로 얘기해 왔었다는 걸 아주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어요”라는 부정의 마지막 인사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편, 강재는 정우(나현우)의 유품 상자에서 휴대폰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종훈(류지훈)을 찾아갔다. 이에 종훈은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너, 나한테 암만 이래봤자 그 여자랑 벌써 끝났어”라며 그가 빌미로 갖고 있던 사진들을 비롯한 모든 사실들이 부정의 귀에 들어갔을 거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도 자기 주변이 망가지는 일은 절대 안 하는 ‘유부녀’라는 현실을 꼬집으며 강재의 폐부를 찔렀다. 집으로 돌아온 강재는 창숙이 자신의 생일날 케이크 한 조각을 내주던 그릇에 카레를 담아 들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벨을 눌러봐도 대답은 없었고, 때마침 찾아온 관리인에게 창숙의 죽음을 들은 그는 부정이 연락 없던 이유를 깨닫게 됐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부정과 정수(박병은)에게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수는 부정이 잠든 사이 ‘끝집’ 강재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를 보고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정수에게 부정은 “내가 비밀 하나 말해 줄까?”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과거에 왜 경은(김효진)과 다시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는지 물었다. 대답 대신 미안하다는 정수에게 “지나간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나도 좋아하는 사람 생긴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부정은 “우린 서로 희생할 수 있지만 좋아할 수는 없는 거야, 이제”라고 말했고, 정수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계절은 바뀌어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부정과 강재는 서로의 존재를 잊어가며 이전과 제법 달라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본 천문대 천체관람 포스터에 두 사람은 함께 봤던 밤하늘을 떠올렸고, 운명이 이끌 듯 부정과 강재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다시 마주했다. 아련한 눈맞춤 속 옅게 피어오르는 미소는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여운을 선사하며 더없이 아름다운 엔딩을 장식했다.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의미로 자리매김한 부정과 강재의 변화는 뭉클했다. 부정은 강재를 만나 갑갑하고 메말랐던 인생에 숨통이 트였고, 강재는 부정을 통해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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